‘만나야 장사되는 방문판매업’…비대면에 설 자리 잃다
대전시내 후원방판 258개 업체 중 134개(51.9%) 휴·폐업
방문판매의 탈(脫) 방문화 등 방판업계 새로운 생존전략 필요
- 심영석 기자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방문판매(이하 방판)대리점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A씨(53)는 최근 업종전환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방판 사원들의 대면 영업이 멈춰서며 재무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본사의 움직임도 적잖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열리긴 했지만 한번 바뀐 비대면 소비가 예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그간 대면 영업을 통해 화장품,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던 방문판매 종사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방문판매 사무실 등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며 집합금지 및 인원 제한 등 2년 가까이 고강도 방역지침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도 급격히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대면 모임과 만남이 필수인 방문판매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4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등이 모두 방문판매업에 해당된다.
이는 다시 등록 및 관리기관에 따라 △판매원 가입 및 수당지급 3단계 이상일 경우 다단계판매(공정거래위원회) △판매원 자신과 직하위 판매원 실적만 후원수당이 지급되는 후원방문판매(대전시) △통상적 일반 방문판매(구청)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다단계 판매업체는 지난 8월말 기준 122개로 전년 130개보다 8개나 줄었다.
업계 전체 매출도 2019년 5조 228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조 9850억원으로 4.65%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다단계 판매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대면 판매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전시에 등록된 후원방판업체 연도별 휴·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81개중 86개(47.5%) △2020년 215개중 99개(46.1%)에 이어 올해에는 11월10일 기준 258 개중 134개(51.9%)로 급격히 늘어나는 등 후원방문 판매 역시 코로나19 쇼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일반 방문판매업체도 △중구 116개(2019년)→105개(2021년) △유성구 130개(2019년)→105개(2021년) △서구 484개(2019년)→277개(2021년) 등 코로나19 이후 업체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201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하향세를 타던 방문판매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10년 가까이 한 다단계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 코로나19 이후 그만뒀다는 B씨(66·여)는 “센터에 모여 상품 및 마케팅 교육 등을 진행하고 판매원 리쿠르팅을 위해 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완전히 막혀 버렸다”며 “비전 선포식, 컨벤션 등 다단계업체들의 대규모 인원동원 행사들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라며 사업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사람들 간 접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상품의 경쟁력은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는게 방문판매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 방문판매 업체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한 상품교육, 화상미팅 등 뒤늦게나마 비대면 홍보 및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방문판매 업체 본사 직원으로 14년간 근무하다 지난 봄 퇴사했다는 C씨(44)는 “사람이 모여야 회사가 운영되는데 공장견학, 세미나 등 모든 행사가 멈춰서 버렸다. 직원들도 교대로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폐업 직전”이라며 “온라인 유통, AI 등 4차산업 시대에 사람을 매개로 한 판매방식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이성환 이사장은 “카카오 등 대규모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방식은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이라며 “이를 온라인 유통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킬수 있는 방문판매 업계의 생존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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