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갑질근절 조례…"갑질피해 비극 막을 수 있을까"

대전시 공무원 2명 극단선택 직후 조례 시행 안타까움 더해
조례 실효성에도 의문 제기…"보완조치 마련해야" 지적 일어

대전시청 전경 (대전시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사자성어를 이런 때 써야 할까?

9월에만 대전에선 시 공무원 2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대두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0월 1일을 기해 시에 ‘갑질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갑질 근절 조례 시행 직전 2명의 공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모양새가 됐고, 시 안팎에선 설사 조례가 마련됐다 해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례는 지난 8월 27일 대전시의회 민태권 의원(유성구1)을 비롯한 11명의 의원이 발의, 제261회 임시회에 상정돼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1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조항)과 지방자치법, 지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대통령령), 지방공기업법,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한 갑질 근절 조례에는 시장의 책무로 ‘갑질행위 예방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와 ‘갑질행위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시민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는 의무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갑질피해신고·지원센터’와 관련 조항은 ‘설치·운영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또한 ‘매년 1회 이상 갑질행위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시 감사위원회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9월 5일 소방본부 소속 40대 공무원, 26일 도시주택국 소속 20대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데 대해 전반적인 갑질행위 실태조사를 심도있게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진석 감사위원장은 6일 공식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하겠다”라는 식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란 지적을 샀다.

10월 1일자로 제정된 ‘대전시 갑질행위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 일부. ⓒ뉴스1 최일 기자

‘시장은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행위로 징계가 요구된 경우 피해자와 분리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조례에 담겨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징계 요구가 이뤄지기까지 그야말로 지난(至難)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게 하위 직급 공무원들의 목소리다.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에서 갑질과 왕따를 당했다 해도 “신고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단단히 찍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라며 대부분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공직사회에서 ‘내부 고발’은 직(職)을 걸 정도의 비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신고자 비밀보장 및 신분보장’ 조항이 조례에 마련돼 있다 해도 사실상 누구인지가 금세 드러나는 구조여서 유명무실하다는 불만과 불안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 등의 의견이 반영된 외부인들로 갑질피해신고·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직 공무원인 김모씨는 “공직사회에서 특정 직원을 따돌리고 인사권자가 갑질을 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인가. 바른 말하면 곧바로 보복인사를 하고, 해당 직원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내 조직에서 도태시켜 버린다”라며 “대전시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선 철저히 조사해 갑질을 한 공무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cho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