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민감한 화재감지기… 오작동 잦아 '안전불감증'불러

실제 화재 발생시 인명·재산 큰 피해 우려

지난 5일 새벽 대전 중구 문화동의 한 신축 다세대빌라에서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이에 대한 공지를 게시해 놓은 모습 ⓒ News1

(대전=뉴스1) 이인희 기자 = 지난 5일 새벽 대전 중구 한 신축 다세대빌라에서 화재경보 벨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입주민들은 놀란 마음에 밖으로 허둥지둥 뛰쳐나와 불이 난 세대를 찾았지만 어디서도 연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튿날 해당 빌라의 엘리베이터에는 ‘신축건물의 경우 화재감지기 센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기, 습기, 모기약 등을 연기로 오인한 경우며 소방시설 점검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받았다’는 내용의 공지가 게재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오후 유성구 노은동의 한 상가건물에서도 화재경보 벨이 울리면서 관할 소방서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소방대원들의 확인 결과 노후 된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해프닝이었다.

화재 발생 상황을 최우선으로 알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이라는 거짓말로 인해 ‘양치기 소년’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잦은 오작동으로 ‘또 시작됐구나’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대형 인명피해를 불러 올 것이라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해 접수된 화재신고는 월평균 25건(총 309건)에 달했다. 올해 역시 월평균 30건(총 240건, 8월 말 기준)이 접수돼 소방관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소방력의 낭비로 이어져 실제 화재 발생 시 현장 출동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오작동으로 인한 화재신고의 경우 동시신고가 1~2건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상황실에서 오작동임을 판단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그러나 예측이 불가능한 현장 특성 상 즉시 출동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방력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화재감지기 오작동은 기술의 발전이 한편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소방자재 제조·납품업체인 한국소방안전 관계자는 “가정에 주로 설치되는 연기감지기의 경우 센서 기술력이 품질을 좌우한다”며 “민감할수록 고성능이라는 인식하에 과거보다 센서가 민감해지는 추세라 신축건물의 오작동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감지기 전수조사 모습 ⓒ News1 DB

진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오작동으로 치부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소방본부는 이 같은 화재감지기 오작동을 전반적으로 검사하기 위해 자동화재탐지설비 전수조사나 주기적인 소방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전수조사 대상 중 10%는 건물 규모와 상관없이 위험도에 따라 무작위로 선정해 점검을 실시해 안전관리를 해오고 있지만 아예 화재감지기를 꺼놓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대피소동과 함께 사후 소방점검을 받아야 하는 번 거로움이 발생하다보니 감지기를 꺼놓는 경우가 종종 적발되고 있다”며 “노후화다 최신화다 라는 논란 이전에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율안전관리 지침에 따라 건물주들은 자체적으로 안전관리자를 별도지정하고 민간소방점검업체를 통해 점검받은 결과를 소방본부에 제출해야 한다”며 “대형화재 예방을 위해 자체점검을 수시로 실시해 노후화·불량 기기를 교체하는 등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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