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약 판다는데 왜?"…피임약 등 온라인 불법 거래 성행
복약지도 없어 부작용 우려…유통 경로 불투명한 가짜약 위험까지
- 이인희 기자
(대전=뉴스1) 이인희 기자 = “처방받아 복용하고 남은 약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데 무슨 문제가 되나요?”
지난 10일 오후 대전의 한 지하철역 앞.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를 통해 만난 판매자 A씨(33·여)는 판매를 위해 가져온 사후피임약을 보여주며 복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약이 워낙 강력해 임신 2개월까지도 효과가 있으니 안심하라”며 “처방받으러 병원가긴 좀 민망할테니 기회가 될 때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그러나 부작용 등의 이유로 개인 거래가 금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급하게 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뜻으로 팔겠다는데 나쁠 건 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이처럼 현행법상 금지돼 있는 전문의약품 개인거래가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임은 물론이고 복용법과 부작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손쉽게 거래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A씨가 판매하려던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남들의 시선이 거북하다. 처방 기록이 문제된다’는 이유 등으로 개인 간 거래를 원하는 대표적 전문의약품이기도 하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후피임약은 효과를 위해 고용량 호르몬으로 이뤄져 있다”며 “의사들도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권장하기 때문에 함부로 복용했을 때 질출혈 등은 물론 불임까지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전문의약품은 주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B약 판매합니다 연락주세요’ 등의 게시글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사이트를 통해 거래 당사자들은 연락처를 확인하고 직거래나 택배거래 형태, 가격 등을 협의해 순식간에 거래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아예 ‘C약 구해봅니다’며 판매자를 찾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개인거래뿐만 아니라 해외직구를 통한 의약품 구매도 심각한 상황이다.
불면증 개선 및 신경안정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5-HTP(5-hydroxy tryptophan) 성분 함유 수면유도제는 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해당 성분이 포함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직구를 통해 개인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는 것.
이는 처방전이 없어도 관세법상 본인 사용을 전제로 하면 최대 6개 또는 용법상 3개월 복용량까지 일반의약품을 반입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재판매를 목적으로 해외직구로 해외 일반의약품을 들여오는 것은 엄연한 관세법 위반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온라인 카페 등에 “의약품 해외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게시글을 통해 구매자들을 모으는 행위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사의 복약 지도 없는 오·남용의 위험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지만, 1차 수사기관으로서 이를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는 경찰은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역 내 전문의약품 불법개인 거래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며 “이를 담당해야 할 부서의 구분도 애매해 대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전광역시약사회 소속 백대현 약사는 “전문의약품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인별 체질 등을 고려한 의사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유통 경로가 불투명한 가짜약이거나 보관법 미준수,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전문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건강 및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기 때문에 관계기관의 협업을 통한 단속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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