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흡연카페' ① 허가 어떻게 가능했나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허가, 단속 불가…금연정책 허점 노출
대전 2곳 영업·2곳 개점 준비…가맹점 문의도
- 박현석 기자
(대전=뉴스1) 박현석 기자 = 지난 10일 오후 3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 상가건물 내 한 실내공간에서 30대 젊은 남성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엄연히 실내 금연인데 젊은 사람이 겁 없이 담배를 피운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이런 시선에 아랑곳없이 한낮의 여유를 즐기며 담배연기를 마음껏 뿜어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실내공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이른바 ‘흡연카페’(스모킹 카페) 2곳이 문을 열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정부의 금연정책 때문에 문 밖으로 쫓겨났던(?) 흡연자들로부터 절대 환영을 받고 있다. 이곳 외에도 2곳의 흡연카페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흡연카페는 외관상으론 일반 카페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영업 형태가 전혀 다르다. 종업원은 음식물을 ‘제조·서빙’을 하지 않고 ‘계산’만 한다. 손님 스스로 카페에 비치된 커피기기 또는 음료 자판기 등을 이용해 원하는 메뉴를 즐기는 방식이다. 금연법상 저촉을 받지 않는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흡연 영업허가가 가능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권해석에서 비롯됐다.
대전 서구청 위생과 관계자에 따르면 “식약처는 ‘소형마트에서 원두커피기기를 설치해 손님이 직접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는 경우, 판매원의 행위가 비용을 받는 것에 불과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기계를 이용해 커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식품자동판매 영업 신고로 영업이 가능하다’고 유권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편의점이나 슈퍼는 금연구역이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흡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 식품자동판매업으로 흡연카페 영업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흡연카페는 자동판매기만 설치됐던 초기 형태를 벗어나 일반 카페와 외관상 차이가 없는 인테리어와 원두커피기기를 보유하는 등 신종영업 형태를 넘어 일종의 변종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학생 김모씨(24·남)는 “정말로 실내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 커피값을 얼마든지 내고라도 맘 놓고 피울 생각”이라며 “금연법으로 죄인취급 받는 듯했는데 무슨 해방이라도 되는 것 같다”고 환영했다.
더욱이 흡연카페는 식품위생법상으로 등록된 식품자동판매업소란 개별법의 적용을 받아 금연건축물 내에서도 금연에 대한 제약을 받지 않아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흡연카페를 운영하는 전모씨(34)는 “일반 카페와 달리 흡연이 가능하다는 차별전략으로 창업했다”며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가맹을 문의하는 전화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금연건축물을 규정해도 흡연방은 (식품위생법)개별법을 가진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연단속의 명분이 없다”며 “금연구역에 흡연구역이 생겨 업무담당자들의 고충도 심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보건복지부에 법령개정에 대한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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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을 통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금연정책에 결정적인 허점이 노출됐다. 건물내에서 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법의 사각지대에서 등장한 ‘흡연카페’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1은 흡연카페의 실상과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진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