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홀로 돌봐 지쳐"…지적장애 외조카 살해·치매 노모 살해미수 60대

검찰, 징역 12년 구형

법원로고(뉴스1 자료) ⓒ 뉴스1 DB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지적장애 2급인 외조카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하고 치매를 앓는 노모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A 씨(62)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제13형사부는 6일 존속살해미수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인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고 싶지 않아 했고, 외조카를 시설에 보낼 수 없었으며 남동생이 모친을 모셔 갈 경우 제수씨와 이혼할 것 같아 걱정돼 이런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타인의 삶을 왜 본인이 결정하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 부양 부담 등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하던 중 주거지에서 숨진 여동생이 처방받았던 수면제를 발견했다.

이후 다음달인 3월 모친 B 씨와 인지능력이 부족한 외조카 C 씨를 데리고 경주시 감포읍 나정항으로 향했다.

A 씨는 B 씨와 C 씨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자신도 복용한 뒤 바다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C 씨를 보고도 구조하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기 싫다"며 매달리는 B 씨를 외면한 채 바다 쪽으로 떠민 것으로 나타났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장기간 이어진 가족 부양 부담 등을 호소했다.

장남인 A 씨는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읜 후 성인이 돼 전기통신기술공으로 일하다 2014년 작업 중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뒀다. 2018년에는 눈길에 미끄러져 고관절 등을 다친 뒤 목발을 짚고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2018년부터 B 씨와 C 씨가 함께 살던 집에서 생활해 왔으며, C 씨의 모친이자 자신의 여동생이 숨진 뒤 약 8년간 B 씨와 C 씨를 사실상 홀로 돌봐온 것으로 조사됐다.

몸이 불편했던 A 씨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운 B 씨와 C 씨에게 성인용 기저귀를 채우는 등 이들을 돌봐왔다. 또 C 씨가 집 밖으로 도망가면 찾아다녀야 했고, C 씨가 집에 있는 옷을 찢어 버리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A 씨는 피고인신문에서 "평생 모아둔 돈 5000만원과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기 전 준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8년 동안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외조카가 자신의 옷을 찢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옷을 구입하는 데 외조카 앞으로 지급되는 장애인 연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힘들어 남동생에게 어머니를 돌봐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동생의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이혼할 각오를 해라'고 말했다"며 "어머니를 모실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어머니와 외조카를 모두 데리고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고 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지팡이를 짚고 살면서도 모든 가사 일을 도맡았고, 몸이 아파도 계속 집안일을 해왔다"며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폭력성이 강한 외조카에게 맞기도 했다. 저 역시 허리와 대퇴골 등이 좋지 않은 데다 우울증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나오는 수급비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웠고 돌봐야 할 사람도 있어 삶에 지쳤다"며 "살기 어려워 이런 죄를 저질렀다. 숨진 외조카에게 평생 속죄하며 살고, 앞으로 어머니를 잘 모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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