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대구시에 사용·관리권"…철거 청구 기각(종합2보)

철도공단 "승인 안받고 설치, 절차상 문제" 소송
시민단체 "헌법·법률 취지 비춰 유감스런 판결"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철거 논란을 빚은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동상이 그대로 존치된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권준범)는 1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철도공단은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 통과 구간의 부대시설인 철도변 정비사업의 시행자로, 대구시에 사업 시행을 위탁했다.

공단 측은 "철도건설법상 준공 이후 시설의 소유권이 대구시로 이전되는데, 동상 건립 당시에는 고가교의 소유권이 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구시가 동대구역 고가교 완공 무렵부터 실질적인 소유자처럼 사용·관리했고, 상부 광장 완공 이후 동상이 건립될 때까지 7년간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운영하는 과정에서 철도공단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고가교 상부 광장 완공 전 대구시가 공단에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의견을 요청한 사실에 대해 재판부는 "공단의 '허가'를 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구시의 요청은 의견 조회나 협의를 요청한 취지에 불과하고, 공단도 각종 시설물의 전반적인 설치·유지·관리 의무가 대구시에 있다는 취지로 회신해 왔다는 것이다.

"박정희 동상 건립이 공단과 대구시 사이에 체결된 정비사업 위탁 협약상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공단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상 건립을 양측의 협의가 요구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시가 향후 동대구역 고가교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지위에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대구시가 고가교 소유권을 이전받을 지위에 있고, 공단은 이에 따른 인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박정희 동상 건립 역시 대구시가 가진 고가교의 사용권과 관리권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선고 결과에 대해 대구시 측은 "그동안 주장한 광장 사용권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리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동상 철거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 측은 "박정희 동상은 법적·절차적 문제뿐 아니라 헌법이 천명한 자주독립 정신과 민주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과 법률에 담긴 취지와 정신에 비춰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