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업인들 농지 전수조사에 우려…"일률적 판단 안돼"

추경호 "조사 방식 전면 재검토해야"

21일 오전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서 추경호 대구시장과 농업인 대표단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9.21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전국 농지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가 현장 확인 단계에 들어가자, 대구 농업인들이 농촌 현실을 고려한 조사와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21일 산격청사에서 추경호 시장 주재로 '농지 전수조사 농업인 간담회'를 열고 농업인들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의견을 들었다.

간담회에는 달성군·군위군 관계자와 농협 조합장, 농업인단체협의회, 후계농업경영인·여성농업인·4H연합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농업인들은 농지 투기 방지라는 전수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임대·휴경이 불가피한 농촌 현실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전수조사로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매물이 늘어 농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고령농과 임차농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황경동 대구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현재는 농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사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고령농이 농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어렵고 임차농을 구하기도 힘든 농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는 "고령이나 질병, 자연재해 등으로 일시적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서류나 한 차례 현장 조사만으로 농업인의 농지 이용 실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3년간 경작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영수증이나 판매 대금 자료, 세금계산서 등을 농업인이 직접 제출해야 하는 행정 절차에 대한 부담도 호소했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투기를 차단하고 농지가 농업인에게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049만 필지, 136만 ㏊가 조사 대상이다.

대구시는 지난 5월부터 연말까지 시 1단, 구·군 8팀, 120개 조사반으로 전담 조직을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읍·면·동별 조사원 64명을 별도로 채용해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기본조사에서는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 농업경영체 데이터베이스, 농지전용허가 이력 등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해 불법 의심 농지를 선별한다.

심층조사에서는 선별된 농지를 대상으로 실제 농업경영 여부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위반행위를 확인한다.

농업법인과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최근 10년간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자, 관외 거주자, 공유취득자, 수도권 지역 농지, 경매 취득 농지 등도 심층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대구시는 간담회에서 나온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요구를 정리해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추경호 시장은 "농업인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잘 정리해 현실과 괴리된 농지 전수조사로 인한 농민들의 우려를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농지 전수조사 정책과 조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서 농업인 대표단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2026.9.21 ⓒ 뉴스1 공정식 기자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바탕으로 농촌의 관행적·경미한 위반 사항을 정상화·양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 차익이나 개발 이익 등을 노린 농지 투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되, 상속·이농이나 고령 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 농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 등은 일률적인 처분보다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한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