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2년간 종결 실종사건 1만3천건 전수점검…'허위' 걸러낼까

'허위 종결' 드러나자 경찰청 본청 전수점검 지시
경찰 내부에선 "기록만 재확인해선 안돼" 지적도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A 씨가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구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8.27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제주에서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경북 경산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이 실종 신고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자 관리와 초동 대응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서 최근 2년여간 경찰이 종결한 실종 사건은 1만3000여건으로 나타났다.

29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종결된 실종 사건 1만3000여건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점검 대상은 202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종결된 모든 실종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별로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를 실제 대면해 안전을 확인했는지, 대면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한다. 전화 통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한 경우에는 실제 확인이 이뤄졌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사망으로 종결된 사건은 사망진단서 등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제대로 확보됐는지도 점검한다.

1차 점검은 각 경찰서 형사과가 맡고 이후 대구경찰청 형사과가 2차 점검을 진행한다.

이번 전수점검은 경찰청 본청 지시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제주에서 실종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실제로 실종자와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 씨 사건의 경우 사건을 담당한 부 모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신고자에게 거짓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장 씨의 실종 사건은 시스템에서도 삭제됐고, 장 씨는 실종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장 씨 사건 외에도 60대 남성 실종 사건을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정황을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

문제는 담당 경찰관의 허위 보고뿐만이 아니다.

경찰관 한 명이 시스템에 입력한 내용을 사실상 사건 종결의 근거로 삼을 수 있었고, 그 허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날 때까지 이를 걸러낼 내부 검증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의 관리 체계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장 씨 사건 역시 재신고가 이뤄진 이후 경찰이 허위 종결 사실을 파악하는 데 19일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사건에서 초기 대응의 몇 시간, 며칠이 중요한데도 경찰 내부에서 사건 처리 과정의 허점을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안은나 기자

여기에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 실종·사망 사건까지 겹치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산의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은 지난 20일 연락이 끊긴 뒤 다음 날 실종 신고가 접수됐으나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최초로 한 중국인 남성 A 씨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

두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경찰의 대응에는 차이가 있지만, 실종 신고 직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의 한 고위 경찰 간부는 익명을 전제로 "두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경찰 대응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실종 신고가 접수된 순간부터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느냐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번 전수점검이 단순히 서류와 시스템상 기록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점검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1만3000여건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들이 어떤 방식으로 종결됐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만3000여건 가운데 실제 실종자 대면 확인이 이뤄진 사건은 몇 건인지, 대면하지 못한 사건은 어떤 사유로 종결됐는지, 전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안전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실제 통화나 확인으로 이어졌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망으로 종결된 사건 역시 사망진단서 등 서류가 첨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해당 자료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담당 경찰관이 시스템에 입력한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인정하는 구조라면 전수점검 역시 경찰이 작성한 기록을 경찰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에 '확인 완료'라고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확인했고, 그 확인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대구 개별 경찰서 형사과의 1차 점검과 대구경찰청 형사과의 2차 점검에서도 단순히 '이상 없음'을 재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통화기록과 대면 확인 기록, 수색 활동 내역 등을 교차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종결 과정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방식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전 2시쯤 20대 중국인 유학생이 경북 경산시 하양읍 A 씨의 주거지로 들어가는 모습이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26 ⓒ 뉴스1 공정식 기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경찰은 "이번 전수점검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건을 다시 확인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종결'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나간 실종자들이 정말 안전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본청 지시에 따라 전수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말까지 점검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