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목욕탕서 5만원권 10억 뿌린 안동농협 선거…162명 입건

후보들 '○·△·X' 등급 매겨 돈뭉치 제공
형사처벌 별도로 금품 받은 대의원 최대 50배 과태료

경찰에서 5만원권 뭉치(실탄)가 오간 모습을 AI로 구성했다.이들은 악수를 하는척 돈뭉치를 건넨것으로 전해졌다.(AI 제작 자료. 재판매 및 DB 금지)2026.8.24/뉴스1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경북 안동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후보자와 대의원, 이들을 연결한 브로커 등 수사선상에 오른 인원만 162명에 달한다.

24일 경찰과 농협 등에 따르면 안동경찰서는 지난 3월 26일 치러진 안동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거나 받은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후보자와 대의원 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커피숍, 낙동강변, 논·밭두렁, 목욕탕 탈의실, 차량 등 외부의 눈을 피하기 쉬운 곳에서 돈뭉치를 둥글게 말아 악수하는 척하며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커피숍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받으며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80만 원을 받은 후 다른 후보의 연락을 받고 낙동강변으로 이동해 바지주머니에 70만 원을 건네받는 등 이날 하루에만 4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들은 대의원 1명당 50만~9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대의원 100여명은 여러 후보에게서 중복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1000만 원 넘게 챙긴 대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부 후보가 대의원 100여 명에게 1억 원 가까운 돈을 뿌리는 등 선거 과정에서 오간 금품 규모가 1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대 후보의 금품 살포 규모를 파악한 후 이에 맞서 액수를 높이는 등 경쟁적으로 돈을 뿌린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와 대의원 사이에서 돈 전달 등에 관여한 브로커들은 대의원의 성향을 '○·△·X'로 분류한 '성향 분석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조직적인 금품 살포 정황도 드러났다.

○는 '안심', △는 '회유 필요', X는 '경계' 등을 의미하며, ○와 △로 분류된 대의원에게 집중적으로 돈을 살포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증거자료로 압수된 돈뭉치.(선관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8.24/뉴스1

브로커들은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현금 뭉치를 '실탄'이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선거에서는 비상임 이사 10명을 선출했다. 당선자 10명도 금품 살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이 중 8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은 돈을 쓰고도 낙선한 후보 측에서 대의원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른 낙선 후보 측 가족이 지난 3월 30일 국민신문고에 금품 살포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이 4월 3일 수사에 착수, 5월 22일 안동농협을 압수수색했다.

비상임 이사는 별도의 연봉은 없지만 임기 4년 동안 조합의 주요 사업과 경영 방침을 심의·의결하는 영향력이 있어 금품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동농협은 연간 25차례 안팎의 이사회를 열었으며, 이전에는 회의 참석 때마다 대의원들에게 6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매년 2차례 국내외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안동농협은 조합원 7000여명, 준조합원 8만 4000여명에 총자산이 2조 원에 이르는 대형 지역농협이다. 상호금융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3조 2447억원에 달한다.

사건이 확산하자 권태영 안동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연봉 1억 원 중 2000만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 참석 수당을 6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대의원 수당을 4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금품을 받은 대의원들은 형사 처벌과 별도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협법에 따라 후보별로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후보에게 중복으로 돈을 받은 경우 거액의 과태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금주현 안동경찰서장은 "남은 후보자와 대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불법 선거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