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8%인데 수천억 푼다…대구경북 '민생지원금 도미노'

대구 경북 재정 자립도 그래프 (뉴스1 사진 자료. 재판매 및 DB 금지)2026.8.20/뉴스1
대구 경북 재정 자립도 그래프 (뉴스1 사진 자료. 재판매 및 DB 금지)2026.8.20/뉴스1

(대구ㆍ경북=뉴스1) 신성훈 기자 = 명절을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경기 침체 극복을 명목으로 수천억에 달하는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서는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지자체들도 수백억 원을 지급하며 선심성 행정 논란과 지원 금액 격차에 따른 형평성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 군위군은 전 군민을 대상으로 1인당 54만 원의 군위군 민생안정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약 124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의성군은 가구 및 업종별로 최대 20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는 300억 원대 대규모 민생 대책을 확정했고, 울진군 역시 전 군민 대상 1인당 3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을 확정 지었다.

여기에 소득 하위 70%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대구광역시의 지원책까지 더해지면서 대구·경북 전역에 풀리는 총지원금 규모는 3000~4000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문경시의 경우 최근 신임 시장 취임 이후 실시한 재정 진단에서 '재정 상태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168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전 시민 1인당 25만 원의 고유가 위기 대응 지원금을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하기로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신임 시정이 들어서며 기존의 부실한 재정 구조와 누적된 채무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났음에도, 수백억 원대 현금성 지원을 강행하는 것은 재정 건전화 선언이 무색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초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체력이다. 군위군의 재정자립도는 8.09%로 전국 최하위권이며, 문경시·의성군·울진군 등도 10% 안팎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만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일회성 현금 지원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구광역시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15만~20만 원, 취약계층에 최대 6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별 재정 여건과 정책 기조에 따라 지원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지원금을 받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주민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군위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54)는 "고물가와 매출 감소로 임대료 내기도 빡빡했는데 54만 원 지원금은 가뭄의 단비 같다"며 "지역화폐로 소진해야 하니 동네 상권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문경의 주민 B 씨(42) 역시 "추석을 앞두고 25만 원이라도 들고 오면 차례상 차림이나 장바구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반면 자체 지원금이 없거나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접 지자체 주민들은 강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북구의 주민 C 씨(39)는 "행정구역이 통합됐다면서 옆 동네 군위는 50만 원 넘게 받는데 우리는 소득 기준을 따져 겨우 수십만 원을 받거나 아예 제외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안동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D 씨(50)도 "바로 옆 의성이나 문경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단위까지 지원하는데, 왜 같은 경북도민이 사는 동네에 따라 차별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에서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외면한 채 선심성 현금 살포에 나서는 단체장들의 출혈경쟁을 경고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이거나 이미 재정 위기 경고를 받은 지자체까지 미래 성장동력 투자가 아닌 일회성 현금 뿌리기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결국 재정 악화로 이어져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