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수억원인데 산재 안돼"…경산 아파트 방화 피해자들 '이중고'
피해자 가족 "막대한 병원비 부담에 치료 포기, 장례 준비"
전신 화상 피의자 소통 불가능…수사 지지부진
- 신성훈 기자
(경산=뉴스1) 신성훈 기자 = 주민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실 방화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공익을 위해 봉사하다 피해를 입었는데 막대한 치료비와 부실한 지원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31일 경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쯤 경산시 사동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주민 A 씨(70대)가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방화로 1명이 숨지고 A 씨를 포함해 7명이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A 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수색해 압수물 분석에 나섰으며, 아파트 주민 등 관계자 20여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그러다 지난 24일 피해자 중 전신 화상을 입은 50대 여성 1명이 결국 숨졌고, 입주민 대표 등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숨진 여성은 사건 전날 아파트 CCTV가 꺼진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날 아침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위독한 피해자 3명 중 전신 화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머니가 두 달 전 아파트를 위해 봉사해 달라는 권유를 받고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를 맡았다 사고를 당했다"며 "피부의 95%가 화상을 입었는데 남은 피부가 없어 피부 배양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손바닥 크기 1장당 350만 원, 최소 100장 이상이 필요해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머니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아닌 입주민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가 적용되지 않고, 화재보험이나 시민안전보험,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른 피해자 가족 중에는 낮은 생존 확률과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장례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돈 때문에 살아있는 어머니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만은 막고 싶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비와 운영 갈등이 누적돼 발생한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전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A 씨가 관리사무소 지하의 시너 보관 위치를 알고 있었고, 범행 전날 관리사무소에서 소란을 피워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것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범행 6분 전 한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내려오라"고 말하는 등 사건 직전 행적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지만, A 씨가 전신 화상을 입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대면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과 범행 전날 CCTV 13대가 꺼진 경위, 아파트 관리비 감사 결과 등 장기 갈등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는지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며 "피의자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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