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턱밑 가마솥 더위에 냉방 피난…쪽방촌 폭염 사투(종합2보)

상당수 지역 폭염경보…체감온도 35도 이상
질병청 "전날에만 온열질환자 88명 발생"

이중열돔 현상으로 인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와 특보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3 ⓒ 뉴스1 김영운 기자

(전국=뉴스1) 남승렬 기자 =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더위'에 대구를 비롯한 전국이 가마솥처럼 '펄펄' 끓었다.

13일 기상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일부의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강화되는 등 전국이 사흘째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 전역에는 열대야주의보도 발효돼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구·경북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경산(하양읍)·영덕(영덕읍) 37.5도, 포항(기계면) 37도, 경주 36.8도, 의성 35.7도, 울진(소곡리) 35.6도, 김천 35.5도, 영천(신녕면) 35.3도, 안동(길안면) 35.2도, 칠곡 35도 등을 기록했다.

대구는 동구 신암동 37.2도, 북구 36.5도, 군위군 35.8도, 서구 35.3도, 대표지점인 동구 효목동 35.1도로 관측됐다.

전국 주요 지점의 일 최고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이날 오후 현재 일 최고 체감온도는 수도권 김포 35.3도, 금사(여주) 35.3도, 남촌(오산) 35도, 지월(광주) 34.9도, 서운(안성) 34.9도, 노원(서울) 34.6도, 강원 달방댐(동해) 35.9도, 등봉(삼척) 35.7도, 강릉 35.6도, 하조대(양양) 35.6도 등이다.

또 충청권은 아산 35.8도, 세종 35.4도, 청남대(청주) 35.2도, 영동 34.6도, 옥천 34.5도, 수산(제천) 34.5도, 세천(대전) 34.5도를 기록했다.

전라권은 완도 34.6, 완산(전주) 34.5, 광양 34.4, 줄포(부안) 34.4도 조선대(광주) 34.3도, 완주 34.3도를 기록했으며, 경상권은 기계(포항) 36.7도, 하양(경산) 36.4도, 영덕 36.1도, 경주 35.8도, 신암(대구) 35.7도로 나타났다. 제주는 제주공항 33.4도, 구좌 33.2도, 외도 33.2도를 기록했다.

초복(15일)을 이틀 앞두고 폭염이 계속된 13일 오전 쿨링포그가 가동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경매에 내놓을 수박을 트럭에서 내리며 분류하고 있다. 2026.7.13 ⓒ 뉴스1 공정식 기자

폭염이 사흘째 이어지자, 시·도민들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은 대구에서는 오전부터 기온이 35도에 육박하자 시민들이 지하상가, 도시철도 역사, 대형 커피숍 등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로 몰렸고, 거리에는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가 필수품이 됐다.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는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켠 '개문 냉방' 상점이 대부분이고, 커피숍 등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공간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붐볐다.

강원 강릉의 낮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이날 송정해변 해송이 만든 짙은 그늘에는 돗자리를 편 시민과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일부는 휴대용 선풍기를 켜 둔 채 낮잠을 청했고, 가족 단위 피서객들은 텐트를 치고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으며 더위를 피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김 모 씨(41)는 "백사장은 10분도 있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며 "송정 솔밭은 바람까지 불어 그나마 에어컨 없는 쉼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도 최고기온은 삼척 신기가 36.7도로 가장 높았다.

더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은 전기료 걱정에 냉방기기도 틀지 못한 채 힘겹게 버텼다.

오전부터 기온이 30도를 웃돌자, 대전 동구 쪽방촌 주민들은 낡은 선풍기에 의지한 채 연신 땀을 훔치며 폭염과 사투를 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좁은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쉽게 전원을 켜지 못했다. 대신 창문과 방문을 활짝 열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통하길 기다리며 후텁지근한 공기를 견뎠다.

전통시장도 찜통더위…폭염에 매출 감소 이중고

상인들은 폭염과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날 오후 울산 중구 구역전시장. 33도 안팎의 찜통더위에도 상인들은 선풍기 앞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울산의 이날 낮 최고기온은 33.4도를 기록해 폭염주의보와 열대야주의보가 동시에 발효됐다.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도 폭염에 허덕였다.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하거나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탓에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인들 목에 걸려 있는 수건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고, 그대로 등과 가슴을 타고 내려가 옷가지를 적셨다.

찐 옥수수를 파는 A 씨(40대·여)는 "이런 날씨에 찜통 앞에 있으니 너무 고통스럽다"며 "장사를 빨리 접고 집에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있는 젖소 농장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밑에서 쉬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7.13 ⓒ 뉴스1 최창호 기자
축산농가 소에게 전해질물 먹여…가축들도 폭염에 고통

폭염으로 고통받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도 마찬가지다.

전날 전국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경북 포항의 한 축산농가에선 무더위에 지친 소들에게 전해질을 물에 타서 먹였다.

농장주는 "소가 먹는 전해질은 이온 음료와 비슷해 소의 움직임이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며 "한낮에는 소들이 선풍기 밑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날(12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88명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이 장기화하면 건강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며 폭염 대응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이 13일 발표한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하루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15일부터 7월 12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741명, 추정 사망자는 2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온열질환자 1555명, 추정 사망자 9명과 비교하면 각각 814명(52.3%), 7명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질병청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열대야가 동시에 찾아오면 온열질환에 노출된 가능성이 높다"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생수를 자주 마셔 신체 온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재 = 남승렬, 윤왕근, 김종서, 김세은, 양희문, 최창호, 천선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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