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본 훼손"…투표용지 부족 사태, 전국 일파만파(종합)

추경호·박형준 국정조사·특검 촉구…광주 대학가도 선관위 규탄
고양선 2017년 대선 때 유사 사례 제기…대구선 교부 혼선 주장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8 ⓒ 뉴스1 김진환 기자

(전국종합=뉴스1) 이재춘 서충섭 박대준 박서현 이성덕 이주현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선 당선인들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한 데 이어 광주 대학가와 경기 고양 공무원노조까지 줄줄이 선관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를 더 받아야 하는 줄 몰랐다"는 유권자 제보도 나오면서 사태는 참정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민주주의와 공정성이라는 선거의 기본 가치가 훼손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추 당선인은 "국회와 정부는 국정조사, 야당 추천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외부 감시와 책임성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지금과 같은 선관위원 구성 방식과 운영 체계 등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대수술을 통해 환골탈태 수준의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사태를 "예고된 참사"로 규정하고 "선관위의 책임 있는 대응과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참정권을 침해받거나 부정한 방법의 투·개표가 이뤄지면 선거 전체가 불신에 휩싸일 수 있다"며 "무더기로 참정권이 제약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대한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보면서 국민들은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는 시민 40~50명이 모여 지난 3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기본권 침해' '선관위 해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집회에는 100여 명이, 6일 집회에는 7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6.6 ⓒ 뉴스1 구윤성 기자

광주지역 대학가에서도 선관위 책임론이 제기됐다.

전남대, 조선대, 호남대, 광주대 학생회는 주말 사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했다.

전남대 광주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제9회 지방선거에서 무너진 신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용지 부족으로 22개소 투표소에서 투표가 중단됐다"며 "이는 국민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선거라는 민주주의 기본이 훼손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현장 공무원들이 인근 투표소에서 용지를 급하게 빌려 온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일산동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전투표는 롤 형태의 용지에 투표용지를 바로 인쇄해 유권자에게 교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투표 마감 시간을 앞둔 오후 준비된 용지가 모두 소진되자 현장 투표관리 공무원들이 원신동과 고양동 등 용지가 비교적 넉넉한 다른 투표소를 찾아 급히 용지를 빌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는 일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나눠 받는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일부 선거에 투표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업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지역 유권자에게는 최대 7장의 투표용지가 교부됐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나눠 교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권자는 1차로 투표용지 3장을 받아 기표한 뒤 이동해 2차 투표용지 4장을 추가로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1차 투표를 마친 뒤 추가 교부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대로 귀가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보자는 "3장만 투표하고 나왔다"며 "4장을 더 해야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leaj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