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 못 잡고 아들 만나러 갈 순 없잖아요"…개구리소년 35주기

유족, AI 과학수사 기법 활용 재수사·정부 면담 요구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35주기 추모제'에서 우철원 군(당시 13세) 아버지 우종우 씨(77)가 유족과 함께 헌화한 뒤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6.3.26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올해도 약속 못 지키는 아비를 용서해라…아들아 미안하다"

'개구리소년 35주기 추모제'가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렸다.

흰 눈이 내린 듯 백발의 우종우 씨(77)는 "내 나이 벌써 80이 다 돼간다. 해마다 내년엔 범인을 잡아 오겠다고 아들과 약속했지만, 번번이 지키지 못했다"며 "범인도 못 잡고, 아들 만나러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소년 실종(암매장) 사건'은 35년 전인 1991년 3월 26일 발생한 대구 성서지역 초등학생 집단 실종 사건이다.

이날은 기초의원 선거일로 임시공휴일이었다. 당시 초등학생 5명이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올라갔다 모두 실종됐다.

실종자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 군(9).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고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 뒤에 있는 산에 갔다 종적을 감췄다.

'개구리소년 35주기 추모제'에서 우철원 군(당시 13세) 아버지 우종우 씨(77)가 지갑 속에 고이 보관해 온 실종 당시 전단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26.3.26 ⓒ 뉴스1 공정식 기자

처음엔 '도롱뇽알' 주우러 갔다고 하니 사람들이 괴기한 생명체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모양이 비슷한 '개구리알'을 주우러 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만화영화 제목처럼 '개구리소년'으로 불리게 됐다.

경찰은 국내 단일 실종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35만명의 수색 인력을 풀었지만, 범인이나 실종 경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실종 아동들이 와룡산 세방골에서 모두 유골로 발견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던졌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은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2019년 9월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진 이후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로 재수사가 진행됐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이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찾아 부모들의 손을 잡고 재수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개구리소년 35주기 추모제'에서 우철원 군(당시 13세) 아버지 우종우 씨(77)가 실종 당시 아들의 모습을 AI로 복원한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6.3.26 ⓒ 뉴스1 공정식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유족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종교계, 대구시교육청, 달서구청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5명의 아버지 중 3명은 억울한 죽음의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추모관 건립,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수사 기법 활용한 재수사, 유족 심리치료 및 생계지원 대책 수립, 대통령 면담 등도 요구했다.

유가족은 "이재명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이태원참사, 세월호참사,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유가족을 다 보듬어주신 것으로 아는데 우리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우리들의 찢어지는 심정도 제발 좀 헤아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jsg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