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대백·국채보상운동공원…출마 선언 장소에 숨은 메시지

국힘 후보, 출마 장소 따라 '박정희' '삼성 반도체' 등 핵심 의제 달라
홍준표 전 시장의 경우 대선 출마 때는 서문시장…시장 도전 땐 수성못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인 20일 오전 구청장 예비후보자가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예비후보자 등록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6.2.20 ⓒ 뉴스1 이광호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만 5명이 출사표를 던져 국민의힘 내 역대급 '경선 대혈투'가 예상되는 가운데 출마 선언 장소별 후보별 메시지와 정책 의제 차이가 도드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장 출마 예정자는 주호영·윤재옥·추경호·유영하·최은석 등 현역 의원 5명을 포함해 원외 인사인 홍석준 전 의원·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 총 8명이다.

이들의 출마 선언 장소를 보면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주호영·이재만)이 2명으로 가장 많고,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윤재옥), 중구 인교동 옛 삼성상회 터(유영하),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진숙) 각 1명씩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된 동대구역 광장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한 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길 위에서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출마의 변을 밝힌 그는 대구 경제의 재산업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자동차 부품산업의 로봇 산업단지 재편 △대구·경산 대학권 연계 산업 플랫폼 구축 △수성 AX(인공지능 대전환) 혁신도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역시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동대구역 광장을 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한 것은 동구청장 재임 시절 동대구역과 그 일대 역세권 개발 등에 관여했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다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대구의 역동적인 출발을 시작하겠다"며 동대구역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한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를 상징하는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출마를 선언한 윤재옥 의원은 '토종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전성기를 누릴 당시의 대구 경제 재부흥을 정책 의제로 제시했다.

윤 의원은 "대구 부흥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옛 대구백화점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며 "경제를 다시 세우는 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하 의원은 '삼성 반도체'를 핵심 의제로 던졌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연관 있는 곳으로,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한 삼성의 모태로 평가받은 중구 인교동 옛 삼성상회 터 앞에서 출마를 선언한 유 의원은 "삼성 반도체 유치로 대구의 내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 당시 그는 "대구는 삼성의 모태"라며 "그 상징성과 대구경북민·군통합공항의 물류 혁명을 결합해 반드시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큰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이곳에서 출마의 변을 밝히며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자 대한민국 산업화 정신의 뿌리인 대구의 위풍당당한 부활을 선언한다"며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박 전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으로 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후보의 출마 선언 장소가 차이 나는 것은 출마 선언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에 후보 자신의 정책 의제를 더해 경쟁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부각, 정책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17년 3월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7.3.18 ⓒ 뉴스1 자료 사진

과거를 돌아가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우 2017년 19대 대선에 출마할 때 중구 서문시장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고, 2022년 대구시장에 도전할 때는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

두 곳 모두 대구를 상징하는 대표 장소 가운데 하나로, 특히 서문시장의 경우는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추경호·최은석 의원과 홍석준 전 의원은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대기업 유치 등 대구 경제 재건을 핵심 정책 의제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대부분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출마를 선언했으며, 일부 관료 출신, 전직 선출직 지방의원은 자신이 도전하는 구청 인근 장소에서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소속 홍성주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최근 달서구청 인근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대구 수성구청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권 전 수성구의원은 오는 24일 수성구청 맞은편 범어도서관 앞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대구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출마 선언 장소만 보더라도 각 후보의 핵심 정책 의제를 가늠할 수 있다"며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후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