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현상에 갈 곳 없는 장례식장…건축불허에 건축주 소송 잇따라

대구 북구 "건축법상 가능하지만 여러 사정 있어"

대구 북구 장례식장 건립이 추진되는 침산동 일대에 반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장례식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내 집 앞은 절대 안된다'는 주민 반대에 못이겨 지자체가 건물 신축을 불허해 법정으로 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대구 북구에 따르면 건축주 A 씨가 지난해 침산동의 네거리 앞에 연면적 2700㎡, 지상 5층짜리 장례식장을 짓겠다며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대로변 사거리에 장례식장 웬말이냐', '주민 동의 없는 장례식장 결사 반대', '학생 정서 파괴하는 장례식장 결사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했다.

주민들은 "내 가게와 집 앞에 장례식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6분 거리의 학교에 있는 고교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원이 계속되자 북구는 민원조정위원회, 건축심위원회를 열어 교통 혼잡 문제, 학교·통학로와의 근접성, 주변 토지 이용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장례식장 입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건축이 불허되자 건축주가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건축주는 "부지는 건축법상 장례식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구청이 불허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북구 관계자는 "장례식장 용도에 맞는다고 해서 무조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이나 심의위의 의견을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도심에 장례식장 건축을 둘러싼 건축주와 주민 간 갈등은 이곳뿐만 아니다.

2022년 대구 수성구 중동의 한 요양병원이 건물 2층에 장례식장을 설치하겠다며 구청 보건소에 개설허가사항 변경 신청을 냈지만 '공익적 피해' 등을 이유로 불허됐다.

요양병원 측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역시 기각되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1·2심 재판부는 "장례식장이 인간의 숙명인 죽음과 관련돼 있다고 해서 혐오시설로 단정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공익 침해 사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