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인지 어려운 '블랙아이스' 제동거리 승용차 4배·화물차 7배

"영상 기온에도 노면은 영하권…교량·터널 결빙↑"
"차 미끄러질 때 핸들 반대 방향 꺾으면 안돼"

10일 서산영덕고속도로 경북 구간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진은 추돌 사고로 승용차가 불에 타고 있는 모습.(경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1.10/뉴스1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겨울철, 눈에 보이지 않는 도로 살얼음인 '블랙아이스'가 대형 교통사고를 부르고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 교량과 터널 출입부에서는 노면 결빙을 알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6시12분쯤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IC 인근 영덕 방향에서 달리던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도로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가 숨졌다.

이 사고 지점에서 약 1㎞ 떨어진 청주 방향에서도 트레일러가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한 후 뒤따르던 차들이 연쇄 충돌하면서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두 사고 모두 블랙아이스 때문에 발생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차량 블랙박스와 운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6시 기준 사고 지점 인근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공식 강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새벽 시간대 눈이나 비가 산발적으로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바람은 초속 1.4m로 비교적 약한 상태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순찰차와 CCTV를 통해 노면 상태를 확인한 결과 '양호하다'고 판단해 사고 발생 전 제설차를 투입하지 않았다.

도로공사 측은 "사고 지점과 떨어진 구간에서 오전 6시26분쯤 제설작업을 시작했으나, 사고로 인해 제설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사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운전자가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실제 도로 표면 온도는 기상청이 발표한 기온보다 2~3도 낮다고 봐야 한다"며 "기온이 영상 1도여도 도로는 영하 1도 수준이 돼 살얼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량과 고가도로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아 영상 기온이라도 실제 노면 온도가 영하 4~5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때문에 운전자들이 블랙아이스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블랙아이스 구간에서는 제동 성능도 급격히 떨어진다.

최 교수는 "마른 노면에서 승용차가 시속 50㎞로 주행할 경우 제동거리가 11~12m이지만, 결빙 구간에서는 4배로 늘어난다"며 "화물차의 경우 하중 등의 영향으로 제동거리가 최대 7배 이상 길어질 수 있어 다중 추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아이스 구간에서의 차량 제어 방법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최 교수는 "차량이 미끄러질 경우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지 말고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조향해야 차량이 바로 설 확률이 높다"며 "급제동이나 급조향은 오히려 사고를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로에 열선을 설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결빙 방지 효과는 있지만 설치와 유지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