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숙소로 쓴다더니 객실 텅텅…'하루 20억' 크루즈에 혈세 줄줄
대한상의 '예산 낭비' 논란에 산업부 감사 착수
- 김대벽 기자
(안동=뉴스1) 김대벽 기자 = 작년 10월 말 APEC 정상회의 기간 APEC CEO 서밋 참가자 숙소로 쓰기 위해 경북 포항 앞바다에 투입한 크루즈선이 사실상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경북도와 포항·경주시 등에 따르면 APEC 기간 포항 영일만항엔 대한상공회의소가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을 위해 행사 전용 숙박시설로 용선한 크루즈가 정박해 있었다.
이는 당시 APEC CEO 서밋 준비기획단은 경제인과 수행단, 경호 인력, 국제기구 관계자 등 3000여 명이 회의 참석차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경주 일대 숙박시설 부족'을 이유로 크루즈 2척을 포항 앞바다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영일만항엔 대형과 중형 크루즈 각 1척이 배치됐고, 이들 선박의 하루 용선료는 20억 원 안팎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의 한 선박 업계 관계자는 "울릉도 항로에 투입되는 크루즈의 경우 용선료가 하루 6억 원가량인데, 국제노선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는 하루 20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APEC 행사가 열린 2주간 이들 크루즈가 운용된 점을 감안하면 총비용은100억 원을 넘는다.
그러나 이들 선박의 실제 이용 실적은 예상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 기간 해당 크루즈에 머문 인원이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APEC 회의에 참석한 상당수 경제인이 일정 뒤 곧바로 출국하거나 개별 이동하면서 숙박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선내 식사를 준비했던 업체 관계자는 "2000명 이상을 기준으로 식자재와 인력을 준비했지만 대부분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소속 공무원 5명이 크루즈에서 진행한 선상 투자설명회는 참석자가 10명도 되지 않았고, 스페이스워크·포스코 홍보관 'PARK1538'·연오랑세오녀테
마파크 등을 연계한 관광 팸투어는 신청자가 1명도 없어 취소됐다.
APEC 기간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렸던 '국제 불꽃 쇼'의 경우 드론 1000대의 군집 비행과 1만 5000여 발의 불꽃으로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지만, APEC 경제인을 위해 마련한 특별 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선상 행사에 참여했던 포항시 관계자는 "수개월간 준비하며 수천 명이 숙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배가 거의 텅 빈 상태였다"며 "행사가 끝난 후에야 실상이 확인돼 허탈함이 컸다"고 말했다.
앞서 지방자치단체들은 크루즈 운영을 전제로 총 10억9400만 원의 예산(경북도 3억 2800만 원, 경주시 7억 6600만 원)을 편성해 선상 투자설명회, 산업 시찰, 문화공연,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정력을 투입했었다.
크루즈 이용시 승하선 때마다 출입국·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현장엔 CIQ 구역이 별도로 설치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PEC 당시 크루즈 운용과 관련해 예산 낭비 논란이 제기되자 대한상의를 상대로 자금 집행 과정과 과다 지출 여부에 대한 감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가 APEC 기간 임대했던 크루즈는 홍콩에서 용선한 '피아노랜드'호(6만 9840톤·정원 850명)와 일본 나가사키에서 들여온 '이스턴비너스'호(2만 6594톤·250객실)다.
dby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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