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돌진 사망사고 40대 운전자 무죄…"졸음운전 입증 부족"

법원 로고(뉴스1 자료)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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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과로 등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하다 시민을 쳐 사상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노종찬 부장판사는 29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46)에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졸음운전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4월 대구 한 도로에서 버스정류장 보도에 대기 중이던 B 씨(86) 등 3명을 들이받아, 이 중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다.

A 씨는 "과로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교통사고 발생 14초 전 신호를 준수하며 정지와 출발, 차로 변경 등을 정상적으로 수행했지만, 사고 발생 7초 전 1차로를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3차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을 향해 돌진했다.

교통사고 직후 피고인을 목격한 시민들은 "A씨가 경련을 일으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2017년 9월부터 정신과에서 불면증, 알코올사용장애, 우울증으로 통원 치료를 받아왔고, 사고 당일에도 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검찰 자문을 맡은 정신과 한 전문의는 "약 복용으로 졸림 때문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적고 심인성 실신에 가까워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지방의사회도 "일반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하면 졸릴 수는 있으나 입에 거품을 물거나 장기간 의식 소실이 지속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약의 부작용이라기보다 경련이나 뇌전증에 의한 증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A 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에서 뇌전증이나 심인성 상실과 관련된 진단, 치료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모의 장례와 평소 앓고 있던 수면장애로 인해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3일 전부터 통상적이 수면을 취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교통사고 발생하기 14초 전까지는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운전했고 사고 직후 의식 상실 상태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과로로 인해 졸음운전을 했다거나 과로로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함으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