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 줄었어요"…얼어붙은 서민 지갑에 대구 상권 '휘청'
매출 줄어든 소상인 나갈까봐 임대인도 전전긍긍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대구지역 소상인들에게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말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호소했고, 임대인들은 세입자가 장사를 접고 나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16일 "대형 음식점들은 송년회 단체 회식이라도 기대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점포는 희망이 없다"며 "이 일대 상가 200여 곳 중에서 영업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곳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수성못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던 한 청년이 극심한 영업난을 겪다 문을 닫고 세상을 떠나 주변 상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대부분이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동구 팔공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예전에는 회사 단체 손님이 산행 후 식사를 하며 회식했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몇 명만 찾아 점심만 먹고 간다"고 말했다.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C 씨도 "카페 소상공인 단체 대화방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카페들도 배달 플랫폼에 뛰어들었다는 말이 나돈다"며 "배달을 하더라도 심리적 위안만 될 뿐, 실제 수익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숙박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구에서 독채 풀빌라를 운영한다는 D 씨는 "1박 요금이 100만 원 수준이다 보니 예약이 꾸준히 들어오지 않는다"며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청소업체를 부르지 않고 가족이 직접 관리한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 여파는 임대인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수성못 인근의 상가 건물을 소유한 D 씨는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을 잘 알지만,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해 월세를 낮추겠다는 말을 못 하고 있다"며 "계약 만료 시점에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난다"고 밝혔다.
다른 임대인 E 씨는 "임대료를 낮추면 상가 매매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돼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사면초가에 몰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 동향 공실률에 따르면 올 3분기 대구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전분기(21.78%) 대비 1.52%p 높아진 23.3%로 2분기 연속 상승했다.
소비 위축 영향은 유통과 물류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코스트코에 단감을 납품한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하루 50상자가량 팔리던 물량이 최근에는 많아야 10상자 수준"이라며 "재고가 쌓여 단감 가격이 하락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고공 행진하는 환율로 기름값 부담이 커진 화물차 운전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5톤 화물차를 운행한다는 오모 씨는 "포항에서 철강 제품을 실어 수도권으로 운송하는데, 물량이 줄어 한 달 매출이 300만 원가량 감소했다"며 "기름값 부담까지 겹쳐 차량 할부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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