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물 '신라금관'·문경 '문자사과'…경주 APEC 빛낸 '조연'

"지역 예술·장인 노력 세계 무대에 소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경주=뉴스1) 김대벽 기자 =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이후 행사를 빛낸 숨은 조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APEC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준 '신라금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얼굴이 새겨진 문경사과, 산불 잿더미 속 나무로 만든 회의장 가구 등이다.

3일 경북도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의 황금문화를 상징하는 '금관(金冠)' 모형을 선물했다.

경주 천마총 금관을 본떠 순금 도금으로 제작된 이 금관은 신라 천년의 예술성과 경북의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대 왕국의 찬란한 황금문화가 인상적이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시 농민 박인수 씨(64)가 재배한 사과 표면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얼굴, 'APEC', '경주' 등의 글자를 정교하게 새긴 '문자사과'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박 씨는 "두 정상의 얼굴을 새기기 위해 빛을 조절하며 사과 표피 색을 조정했다. 20년 농사 중 가장 정성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 사과는 'K-푸드 스테이션'에 전시돼 외신 기자들에게 '예술작품 같은 과일'로 불리기도 했다.

경북 산림조합과 지역 목공예 장인들은 2022년 울진·포항 산불 당시 불에 그을린 나무를 재활용해 APEC 정상회의장 가구로 제작했다. ⓒ News1 김대벽기자

경북산림조합과 목공예 장인들은 2022년 울진·포항 산불 당시 불에 그을린 나무를 재활용해 APEC 정상회의장 가구로 제작했다.

탄화된 나무는 장인의 손끝을 거쳐 회의장 테이블, 의자, 장식장으로 변신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상처 난 나무가 세계 정상들을 맞이하는 가구로 되살아난 상징적 작품"이라며 "재생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 교촌마을을 방문해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상 배우자 초청 프로그램에서는 대통령 부인 김해경 여사가 경북 전통 한복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전통 자수와 은실로 장식된 한복은 경북 봉제장인들이 3개월간 손수 제작한 작품으로, 배우자들이 체험한 'K-뷰티·K-패션'의 하이라이트였다.

한 외신 기자는 "한국의 섬세한 미감이 외교의 품격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지역 예술과 장인의 숨은 노력이 세계 무대에 소개된 기회였다”며 "이런 문화외교 자산을 포스트(APEC) 경북 브랜드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dby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