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위독 속여 4000만 원 주고 탈출" 캄보디아 갔다 생환한 20대
"범죄소굴 웬치서 '누가 죽었다' 소문 무성"
고문당하는 영상 올려 심리적으로 압박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주식 상장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친구가 소개해 줘서 캄보디아에 갔어요."
범죄소굴로 알려진 캄보디아 '웬치'에서 1주일간 일했다는 A 씨(20대)는 1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A 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출국했다.
캄보디아 국제공항에 도착한 A 씨는 "마중나온 차에 타자마자 한 남성이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A 씨가 도착한 곳은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 등 온라인 범죄조직의 근거지인 '웬치'였다.
그곳에서는 300~400명이 함께 생활했고, 한국인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A 씨는 교제를 빙자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일명 '로맨스 스캠' 업무를 담당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감금과 구타를 당한다. 나도 맞았다"고 말했다.
A 씨를 공포에 떨게 한 것은 500여 명이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이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너희들도 이런 고문을 당한다'며 고문당하는 영상을 올려 심리적으로 압박을 줬다는 것이다.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기숙사에 몰래 숨겨둔 휴대전화로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그는 캄보디아로 출국하기 전 휴대전화 2대를 들고 가 조직원에게 1대만 제출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A 씨의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으며,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부분은 없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중국인에게 '부친이 많이 위독해 한국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중국인은 '대신 한화 4000만 원을 입금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입금을 확인한 중국인은 A 씨를 풀어줬고, 귀국 후 A 씨는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웬치에서 '누가 죽었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건물에 자체 화장장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보여준 '웬치'의 생활 규칙을 보면 '근무시간, 식사 시간 및 정해진 모든 시간 엄수', '업무 또는 웬치 생활에 관련된 모든 일은 보고 체계로 각팀 팀장에게 보고', '담배꽁초, 쓰레기, 침 등 이물질을 바닥이나 창문 밖으로 투척하면 벌금 100불', '정당한 사유 없이 회사에 퇴사 요구 시 페널티 5000불. 미 정산 시 퇴사 절대 불가' 등이 적혀 있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인 '웬치'에 체류하는 한국인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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