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어' 가르치는 '대구대 농인 1호 박사' 허세영 교사

(경산=뉴스1) 공정식 기자 = 청각장애가 있는 현직 특수교육 교사가 대학 강단에서 6년째 '미국 수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8월 대구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 장애아 교육 전공)을 졸업하고 '대구대 농인 1호 박사'로 이름을 올린 허세영 교사(40)다. '농인'은 청각장애 때문에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17일 대구대에 따르면 농인이 박사가 된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대학 측은 "농인이 특수교육 교사가 된 것도 쉽지 않은데, 박사학위 취득에 이어 대학 강의까지 맡는단 사실은 그의 멈추지 않는 학구열과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교사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특수학교 수업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중엔 대구의 한 공립특수학교에서 17년 차 교사로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엔 연차를 내 대구대 경산 캠퍼스에서 26명의 학생에게 미국 수어를 가르친다.

그는 2004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2008년 졸업한 후 2009년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허 교사는 스승인 최성규 교수(초등특수교육과)의 권유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2010년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해 올해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꼬박 16년이 걸렸다.

미국 수어는 학부 시절 농아인협회 지인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허 교사는 미국 갈루뎃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미국 수어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허 교사는 우리나라와 미국 수어의 차이에 대해 "한국 수어는 도상성이 강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미국 수어는 알파벳 지문자를 많이 활용해 마치 철자를 맞추듯 의미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상성'은 언어의 형식과 의미 사이에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유사성이 있는 경향을 뜻한다.

허 교사는 "처음 수업을 맡았을 때 스승의 강의를 이어받는단 사실이 큰 부담과 영광으로 다가왔다"며 "일반인들이 외국어를 배우듯, 미국 수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스승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전국 대학 최초로 2009년 미국 수어 수업을 개설, 최 교수가 2019년까지 강의를 맡았다. 제자인 허 교사는 최 교수의 뒤를 이어 2020년부터 겸임교원으로 6년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jsg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