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때 설치된 '박정희 동상' 존폐 놓고 진영 갈등 '고개'
보수 "산업화 공 기려야" vs 진보 "독재의 망령"
폐지 조례안 12일 대구시의회서 의결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민선 8기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직 당시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놓고 보수와 진보간 진영 대결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수 진영은 "산업화를 이끈 박 전 대통령의 공을 기려야 한다" 동상 사수를 주장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독재 시대의 망령"이라며 즉각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일 대구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박정희 동상은 지난해 홍준표 전 시장이 추진한 '대구시 박정희기념사업 조례' 제정에 따라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의원 3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유일하게 반대했다.
대구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붙이고 지난해 12월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표적 조작 사건인 인혁당 피해자와 유족 등은 "독재자 우상화"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동상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간 갈등은 홍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고, 시민들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주민청구로 발의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폐지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동상을 철거할 명분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현재 동대구역 광장 소유권을 놓고 국가철도공단과 대구시는 '박정희 동상 철거 소송'을 진행 중이다.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면 이 소송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민 1만 4000여 명이 서명한 폐지 조례안은 지난 5월 발의 후 9월 임시회에서 심의·의결 일정이 확정돼 지난 8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다뤄졌으나 부결됐다.
기획행정위 재적 시의원 6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5명이 반대 의사를 표했고, 민주당 1명만 찬성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12일 열릴 시의회 본회의에서 판가름난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과 행정안전부 유권 해석 등에 따르면 주민이 발의한 조례는 상임위 결정과 관계없이 본회의 안건에 상정돼 최종 의결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본회의 심의·의결을 앞두고 동상 존치와 철거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구국 대구투쟁본부'는 지난 10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반대 집회를 열고 동상 존치를 촉구했다.
이제 맞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최근 폐지 조례안을 부결한 시의회를 강력 비판했다.
양측은 12일 시의회 본회의를 방청하며 표결에 나서는 시의원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폐지 조례안이 부결되면 범시민 반대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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