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와 설리번' 대구대 사제 사연 '감동'…장애 극복하고 박사

대구대 장애학생과 지도교수의 '라스트 댄스'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 전공 유장군 학생(오른쪽)과 초등특수교육과의 최성규 교수. (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산=뉴스1) 공정식 기자 =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 홀로 살며 공부한 중증장애인 학생과 그를 9년간 보살피고 지도한 교수의 사연이 감동을 전하고 있다. 한국판 '헬렌 켈러와 설리번' 같은 사제의 사연이다.

9년간 대학에서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콜라병 뚜껑 따주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19일 대구대에 따르면 뇌성마비 중증 장애학생이 학·석·박사 과정으로 이어진 9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는다.

또 9년간 유 씨를 헌신적으로 가르친 도교수도 2월 말 퇴임하며, 마지막 졸업식과 함께 정든 캠퍼스를 떠난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유장군 씨(27·언어청각장애아교육 전공)와 최성규 초등특수교육과 교수(65)다.

유 씨는 오는 21일 대구대 경산캠퍼스에서 열리는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문학 박사학위와 함께 우수연구상과 총동창회장상을 받는다.

콜라를 너무 좋아해 '콜라대장'이란 별명을 가진 유 씨는 혼자서는 콜라병 뚜껑을 따기조차 어려운 심한 장애를 가졌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콜라병 뚜껑을 따주는 최 교수가 있다.

이들의 인연은 9년 전인 2016년 유 씨가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에 입학하며 사제지간으로 시작됐다.

그는 심한 장애와 가족도 없이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어렵게 대학생활을 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던 그가 대학원 입학금 300만 원이 없어 고민할 때 선뜻 나서 도운 사람은 최 교수였다.

최 교수는 20여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유 씨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7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최 교수는 "장군이는 일반 학생과의 경쟁에서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은 청강하면서 7번까지 들을 정도"라며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노력보다 실질적인 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무조건적인 수용보다 의문과 검증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9년간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콜라병 뚜껑 따주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유 씨는 박사과정 기간 7편의 논문을 단독 또는 제1저자로 게재했고, 이 가운데 2편은 국제학술지인 스코퍼스(SCOPUS) 등재지에 실렸다.

그는 '지체장애학교 교사의 교수학습 방법',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에 관한 질적 연구',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장애인인식교육 삽화 비교 분석' 등 교육 분야에서 장애인의 활동과 역할에 관한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

두 사제는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 전과 후의 교직 발달에 대한 질적연구' 논문을 공동으로 집필해 한국지체·중복·건강장애교육학회 학술지에 싣기도 했다.

유 씨는 "최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최 교수와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학 강단을 떠나면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할 생각이다.

jsg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