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타살, 아직도 수사중' 대구개구리소년사건 32주기

27일 추모제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앞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31주기 추모제'에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3.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32년 전 3월26일,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날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평화로운 임시공휴일이었다.

한 동네에서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군(9) 등 5명의 아이들은 이날 아침밥을 먹고 '도롱뇽 알을 주우러간다'며 집 뒤에 있는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올라갔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끝내 집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대구개구리소년 실종·암매장 사건', 이른바 '개구리소년사건'이다.

대표적인 국내 장기 미제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소년사건이 올해로 32주기를 맞는다.

◇사라진 아이들…법의학팀 "명백한 타살"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개구리소년사건은 32년 전인 1991년 3월26일 발생한 대구 성서지역 초등학생 집단 실종 사건이다. 당시 초등학생 5명은 와룡산에 올라갔다 실종됐다.

경찰은 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35만명의 수색인력을 풀었지만 범인이나 실종 경위를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발생 11년이 지난 2002년 9월26일 실종 아동들이 와룡산 세방골에서 모두 유골로 발견되면서 또한번 충격을 던졌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이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법의학팀의 결론에 앞서 당시 경찰은 실종 당일 내린 비로 기온이 내려간 점에 비춰 '저체온증에 따른 사망'이라고 성급하게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전히 "재수사 중"…단서는 없어

이 사건은 2019년 9월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진 이후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로 재수사에 들어가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현재까지도 재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실종아동관련법과 범죄피해자구조법 등이 제정되는 계기가 돼 수많은 실종자를 발견하는데 기여했다.

평범했던 아이들의 가정은 이 사건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실종 5년째인 1996년 한 유명대학 교수가 "종식이 아버지가 아이들을 죽여 집에 묻었다"고 주장하자, 경찰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종식군의 집 화장실과 부엌 바닥을 파는 소동을 벌였으나 아무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아들 실종의 범인으로 내몰린 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는 화병을 얻어 2001년 10월 끝내 간암으로 숨졌다.

찬인군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규군의 아버지는 투병 생활 끝에 지난해 4월22일 별세했다.

지난 2019년 9월 당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며 경례하고 있다. 2019.9.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8일 와룡산서 추모제…"진상규명 반드시 돼야"

유족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등은 개구리소년사건 32주기를 맞아 오는 27일 오후 1시30분 대구 성서 와룡산 인근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 앞에서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당초 아이들이 사라진 날인 26일 열 계획이었으나 일요일이어서 하루 미뤄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추모제에는 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를 비롯한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정치권 인사, 지자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과 유족 등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참석 여부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사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낭독하며 진상규명을 다시한번 촉구하는 성명도 현장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 정치권에 진상규명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진척이 없다"며 "사건 당시 경찰 수사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련 기관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는 실종 30주기인 2021년 3월26일 희생된 5명을 추모하고 고령의 유족들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와룡산 선원공원에 설치됐다.

조형물은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 규모로 화강석 등 자연친화적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실종 아동들에 대한 추모와 그리움이 표현된 형상이다.

2021년 3월 26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30주년을 맞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제막식에서 유족들이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2021.3.2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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