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너 때문에 가정파탄'…인생 포기한 시청 공무직의 선택은

내연관계 동료 직원 흉기로 살해한 40대에 징역 30년
"사람 생명이 법·제도서 수호하는 최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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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헤어진 내연녀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살인자의 형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경북 안동시청 공무직인 A씨(43)는 동료이며 내연관계인 B씨(50)에게 "가정이 파탄났다" "전처와 정리할 테니 함께 살면 안 되겠느냐"는 등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B씨와 재회하려 했으나 B씨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거절했다.

도박빚 6억원 때문에 매일 빚독촉을 받던 A씨는 전처 C씨(42)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A씨는 자신의 불행이 B씨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해 '너 죽고 나 죽자'고 마음먹었다.

이런 결심을 실행하려 A씨는 지난 7월5일 오전 8시15분쯤 B씨 집 앞을 찾아갔으나 B씨가 보이지 않자 차를 몰고 안동시청으로 향했다.

같은날 오전 8시53분쯤 시청 주차타워 2층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숨긴 그는 출근하던 B씨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나타난 A씨를 보고 화들짝 놀란 B씨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려 하자 A씨는 공무원 여럿이 목격하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저혈량성 쇼크로 결국 숨졌다.

A씨는 주차장 바닥에 쓰러진 B씨를 버려두고 현장을 떠난 뒤 경찰서로 가 자수했다.

A씨는 폭력 범죄로 이미 수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C씨와 자식들을 해칠 듯이 협박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이 A씨의 재범 위험성을 측정한 결과 '높음'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민형 판사는 지난달 13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부착 15년을 명령했다.

이 판사는 "B씨의 근무지에서 기다린 치밀함, B씨를 습격해 흉기를 수십회 휘두른 잔혹함, 유족들의 고통 등을 종합하면 살인죄 법정형의 유기징역형 상한에 해당하는 30년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살인죄의 적절한 양형에 대해 이 판사는 "살인죄로 법정에선 피고인들은 자신의 형량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라면서 "반대로 유족들은 평생 비탄과 자책 속에서 견뎌야 한다"고 했다.

끔찍한 살인 범죄자들에게 사형을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의 생명이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에서 수호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사형, 무기징역형을 포함한 법정형 범위 내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원통함에 합당한 처벌과 범죄자에게 엄벌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고민하며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이 판사는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진입해 쌓아온 복합적인 사회적 합의의 성숙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 한사람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했다고 해서 이와 동등하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