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운동 계기"…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검찰 논고문 30년 만에 공개
당시 기자인 류희림 경주엑스포 사무총장 보관…"최악의 오염사고"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국내 환경오염 문제에 경종을 울린 최악의 오염사고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건'(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30주년을 앞두고 당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논고문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14일 류희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논고문은 '자연환경을 훼손, 오염시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29쪽 분량으로 이뤄졌다.
검찰 측 논고문인 탓에 페놀원액이 계획적으로 유출되고 관련 사실이 은폐됐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KBS 대구방송총국 기자였던 류 사무총장이 현장 취재를 하면서 입수해 보관하고 있었다.
논고문은 유독성 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철저한 안전관리를 했어야 했지만, 이윤과 편의를 위해 지역민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저지른 최악의 환경사건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페놀원액이 유출되기 5개월 전부터 페놀폐수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방류되고 있었다는 사실과 사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논고문에는 '지하 피트(PIT) 안의 폐수를 집수하는 과정에서 탱크가 넘쳐흐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매일 1톤가량의 폐수를 방류함', '폐수가 흘러나간 흔적을 가리기 위해 철판뚜껑 덮어 놓는 등 세심한 보안활동을 함', '지하집수탱크 밑에는 밸브가 설치돼 있어 폐수가 밸브를 통해 배출구로 흘러 나가도록 되어있다' 등의 상세한 무단 방류 과정이 나열돼 있다.
특히 '작업반장이 생산부 차장에게 5~6회에 걸쳐 폐수유출 사실을 보고했고 공장장에게도 사실을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검찰 등 주장이 적시돼 있다.
논고문 내용 자체만 요약하면, 설치된 비밀 배출구를 통해 5개월간 370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페놀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고 이 사실을 실무선에서 보고했음에도 간부 직원들이 묵살해 사건을 키웠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장장 A씨, 생산부 차장 B씨에게 각 징역 5년, 생산2과장 직무대행 C씨 징역 4년, 작업반장 D·E·F씨는 각 징역 3년을 구하면서 논고문의 끝을 맺었다.
법원은 선고를 통해 공장장 A씨, 차장 B씨, 과장 C씨에게 각 징역 1년, 작업반장 3명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을 선고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했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는 지난 1991년 3월14일 밤 10시쯤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발생했다.
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 동안 무려 30톤에 이르는 페놀원액이 인근 옥계천으로 쏟아져 나와 취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되면서 물을 마신 대구시민들이 극심한 두통과 구토, 피부질환 등을 호소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고는 이후 환경운동 단체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대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전개, 대검찰청 환경과 신설 등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전기를 마련한 계기가 됐다.
당시 대구에서 사고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한 한 인사는 훗날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2006년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재용씨다.
그는 당시 대구에서 치과의원을 개업했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 페놀 오염사고를 맞았다. 시민들과 함께 수돗물 사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끌었다.
류희림 사무총장은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건은 30년 전의 일이지만,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현상 가속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환경오염은 범지구적 재앙으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30년 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 대기업의 환경범죄에 대한 수준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서 검찰 논고문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류 사무총장은 "페놀원액 유출사건이 없었다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전역의 주민들은 고농도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이라며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환경보호와 위험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pdnams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