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문전화 한통 없다"…50년만에 최대 위기 대구 명물 '타월골목'
코로나 여파 개업·결혼·잔치 취소·연기로 폐업 점포 잇따라
"긴급생계자금? 언 발에 오줌누기…얼마나 도움되겠나"
-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0년 넘게 대구에서 타월(towel·수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6)는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TV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2~3월 2개월간 열흘 넘게 문을 닫았다는 김씨는 "두달 동안 매출이 평년의 10%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거래해온 숙박업소가 영업을 중단해 수건 주문이 끊기고 봄이면 산악회 등의 모임에서 단체주문이 몰렸는데 올해는 전화벨 조차 울리지 않는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2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2가와 대신동에 이르는 '타월골목'은 시쳇말로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인근에 있는 타월골목은 1970년대부터 수건 판매 점포가 들어서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행사의 답례품으로 수건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타월골목이 급성장해 현재는 40여개 점포가 모여있다.
'섬유도시'로 이름을 떨치던 초창기 대구 타월골목 수건은 최고 품질로 평가받았고, 전국 곳곳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수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점포가 밀집된 형태도 보기 드물어 대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개업, 결혼, 잔치, 종교, 학교, 야외활동 등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등 유명세를 탔던 한 점포 주인은 "수건은 그저 답례품에 그치지 않고 단일 품목으로 우리 사회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한다. 경제 사정이 좋으면 많이 나가고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주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모임이 취소되고 수출도 막힌 상황이다. 인건비 때문에 직원을 다 내보내고 지금은 혼자서 버티고 있다"는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가 더 걱정이다. 가게 타월을 다 꺼내 대구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 상인 중 일부는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고, 일부는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 상인은 "소상공인 대출도 결국 빚이다. 정부와 대구시에서 긴급생계자금을 준다고 하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몇십만원 받아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js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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