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계곡이 사유지?…계곡 평상 대여 영업에 소송

식수원 상류서 라면 끓이고, 고기구워도 처벌 못해
청도군 "측량오류, 토지경계 확정 및 토지 인도 소송"

경북지역 대표 피서지 중 한 곳인 청도 삼계계곡에 설치된 수십개의 평상이 피서객들에 돈을 받고 대여되고 있다. 청도군은 계곡 내 '평상설치와 취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8. 7. 17. 정지훈 기자/뉴스1 ⓒ News1

(청도=뉴스1) 정지훈 기자 = "계곡에 평상 이용료와 주차비를 합쳐 4만원을 받는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게다가 하천이 사유지라니 이해가 안가요."

지난 주말, 무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경북 청도 삼계계곡에 다녀온 박모씨(38·여·경북 경산)는 모처럼 나선 가족 나들이에서 비싼 '계곡 평상' 요금때문에 기분을 망쳤다.

청도 운문사 인근인 삼계계곡은 맑고 시원한 물이 흘러 여름철이면 인근 울산과 대구지역 피서객들이 즐겨찾는 피서지 중 하나다.

지난 15일 박씨는 35도를 넘는 찜솥더위에 집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고 있기 보다 시원한 계곡에서 바람이라도 쐬려고 친정부모님과 남편,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박씨 가족은 낮 12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지만 계곡 하류지역은 이미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는 데다 계곡에 그늘이 하나도 없어서 아이들 생각에 상류쪽으로 올라갔다.

계곡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도로 옆에 차를 대자 주차관리 요원처럼 경광봉을 든 남성이 다가와 주차비를 요구했다.

박씨는 "'청도군이 계곡에 평상 금지라고 현수막을 걸어놨던데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사유지라서 그렇다. 평상 대여료가 3만원'이라며 주차비까지 4만원을 요구했다. 너무 비싸 주차비는 깎아달라고 했더니 '차는 (머리에) 이고 있을 거냐'는 핀잔을 들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주고 평상을 빌려썼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돈내고 계곡에 내려가서도 시원하게 발 담그고 맑은 공기를 쐴 수 있던 시간도 잠시였다. 옆에서는 식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계곡에서 삼겹살 고기도 굽고 라면도 끓여 먹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단속이나 누구하나 제재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청도 삼계계곡 곳곳에 내걸린 '평상대여' 영업을 안내하는 현수막과 '토지 지적정정 소송 중'을 알리며 '출입을 자제하라'는 청도군의 현수막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2018. 7. 17. 정지훈 기자/뉴스1ⓒ News1

◇ '운문댐 취수원 상류 계곡이 사유지?'…청도군, 토지지적 정정 '소송'

뉴스1이 17일 직접 삼계계곡 상류지역을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평상대여'라는 현수막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곡과 인접한 도로 바로 옆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평상대여' 현수막이 보였다.

청도군이 계곡 상류지역 곳곳에 '본 삼계계곡 하천구역에서는 평상, 그늘막, 텐트, 취사, 오물투기 등의 행위를 일절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현수막 바로 맞은 편에서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평상에 자리를 잡고 쉬거나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계곡 인근 주차된 차량들 옆에 앉아있는 한 남성에게 '평상을 주말에 쓸 수 있는지'를 묻자 "3만원인데 주말에 이용할 거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며 예약을 권하기도 했다.

청도군은 이같은 불법영업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해당지역은 모 교육재단 소유의 사유지여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계곡물은 청도와 경산 등 경북일부 지역을 비롯해 대구시민들이 이용하는 취수원인 운문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삼계계곡의 상류 일부 구간이 한 교육재단 사유지로 포함돼 있어 청도군이 국가하천 관리 위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청도군은 해당 구간은 분명 물이 흐르는 계곡이지만 계곡이 사유지에 포함된 원인이 측량 오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도군 측은 "A교육재단 소유지가 2㎞ 정도 된다. 현실은 하천인데 지적도 상 개인 사유지로 돼 있다. 예전 측량된 자료와 최근 측량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토지불부합지역으로 하천과 경계가 맞지 않아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A교육재단에 '(해당 구역에서) 불법행위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못하도록) 협조를 해달라'고 협조의뢰를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아마도 해당 지역에서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 보니 '사유지인데 굳이 군에 협조를 해야하나'는 생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도군은 지난해 A재단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토지경계 확정 및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의 모든 불만과 민원이 관으로 빗발친다"며 "(해당 구간은) 실질적인 하천인데 지적도상 개인 소유 사유지가 돼 있다고 해서 불법행위를 방치해 두면 결국 피해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돌아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소송 중이고 법으로 결정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 사유지라도 하천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행정재산으로 밖에 인정을 못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면 바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daegu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