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서도 바나나 재배?…전문가 "경제성 없어"
- 정지훈 기자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덥기로 유명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은 대구의 한 주택 마당에 바나나 열매가 열렸다는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끌자 "국내에서도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삼계탕 식당을 운영하는 김덕규씨(44)는 지난 11일 SNS에 '식당 앞 마당에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실제 김씨의 식당 앞마당에는 손가락 크기의 100여개쯤 되는 바나나 6송이가 달렸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바나나를 가정집에서", "대구 날씨 무섭다", "아스팔트에서 계란굽기 보다 더 엄청나다" 등 대체로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이제 국산 바나나 먹을 수 있겠네", "어떻게 키우는거냐", "나도 키우고 싶다" 등 재배 방법 등에 대해 궁금증을 보이기도 한다.
◇화제의 대구 주택 앞마당산 '바나나' 수확 가능?
열대와 아열대 과수 도입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제주도의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대구 바나나 수확 가능성'을 물었다.
임찬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사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진짜 바나나 열매가 달렸다면 9~10월쯤 수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임 연구사는 "겨울철 (바나나 나무의)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나나가 꽃을 맺고 열매가 달리려면 겨울철 인위적으로 생육에 필요한 적정온도를 맞춰줘야 한다는 것.
임 연구사는 "겨울철에도 최저 10도 이상 가온을 해서 기온 유지를 해야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냉해 피해를 받아 정상적인 생육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실외환경에서의 재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 옮겨심었는지 모르겠지만 겨울철에 생존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제의 대구 바나나 나무에 특별한 비법이나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흙 밖으로 나온 바나나의 줄기와 잎을 모두 잘라 그대로 덮어놓은 뒤 뿌리만 남긴 상태에서 땅이 얼지 않도록 비닐 1장을 덮어놓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 말이나 4월쯤 새 순이 올라왔다. 그것 외에는 번거로워서 하우스 시설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며 나름의 비법을 공개했다.
◇겨울 가온 등 고비용으로 '경제성' 낮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측은 김씨의 이런 바나나 재배법에 대해 "김씨의 집에서 그런 것이 됐다고는 하지만 내륙에서 그런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임 연구사는 "바나나도 대나무처럼 한해에 싹부터 다 큰다. 다만 다 자랐다고 해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며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려면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겨울철 가온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 환경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것은 가온 조건이 아니면 일년동안 식물의 생장 주기를 순환시켜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겨울철 가온 조건을 맞춰 온실 재배와 노지 재배를 병행해 바나나 열매 맺기에 성공하더라도 고비용 구조여서 수입산 바나나와 비교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대구 달성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보통 지역 농민들에게 추천하는 재배 과수작물은 지역 토양에 잘 맞아 생육이 잘 되고 재배가 쉬운 것들"이라며 "바나나의 경우 겨울철 가온 비용 뿐 아니라 10m 가까이 자라는 특성상 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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