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어린이회관 살다 폐사한 악어, 박제로 '환생'

30년 동안 대구어린이회관 수족관에서 살며 어린이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던 악어 '황금이'가 지난 6일 폐사했다./사진제공=대구어린이회관 ⓒ News1
30년 동안 대구어린이회관 수족관에서 살며 어린이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던 악어 '황금이'가 지난 6일 폐사했다./사진제공=대구어린이회관 ⓒ News1

(대구ㆍ경북=뉴스1) 배준수 기자 = 지난 6일 오후 4시, 대구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1층 수족관 앞에서는 과일, 과자 등이 올려진 제사상이 차려졌다.

절을 올리고, 막걸리를 두어 사발 뿌린 직원들은 "황금아, 30년 동안 어린이회관을 지켜줘서 고마워. 천국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라며 소원을 빌었다.

1985년 20㎝의 단신으로 이곳에 와서 2m까지 성장하며 대구·경북지역 어린이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던 태국산 악어 '황금이'가 생명을 다해 폐사한 날이다.

대구어린이회관 박종원 운영팀장은 "대구 유일의 악어 '황금이'가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했다"면서 "사람으로 치면 70~80세 된 황금이의 죽음이 안타까워서 위령제를 지냈다"고 했다.

서른살 된 악어 '황금이'는 대구·경북지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소풍, 견학 필수코스인 대구어린이회관에서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린이회관 개관 2년 후인 1985년 남자친구 '팔공이'와 함께 꿈누리관 수족관에 둥지를 튼 악어 '황금이'는 올 1월26일부터 평소 좋아하던 닭가슴살과 돔, 물고기를 거부했다.

가로 3m, 세로 3m 크기의 수족관을 이리저리 휘젓던 모습 대신 콧구멍만 밖으로 드러낸채 물 속에만 머물렀다.

10년 전 '팔공이'가 피부병으로 죽은 뒤에도 꿋꿋하게 수족관을 지키던 '황금이'가 먹이를 거부하며 시름시름 앓자 수의사와 파충류 전문가 등이 '황금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의사 이상묵씨는 "지속적인 식욕 부진과 고령에 의한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폐사 진단을 내렸다.

30년 간 황금이를 돌봐온 전문업체 직원 조성국씨는 "악어 전문가가 없는 대구에서, 열악한 수족관 환경에서 30년을 살아준 것만 해도 기특하다"며 "더 이상 '황금이'를 볼 수 없어 많이 서운하다"고 했다.

꿈누리관 관리를 맡고 있는 추성윤 주무관은 "황금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안타깝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황금이'는 곧 생전 모습으로 어린이회관 꿈누리관에 다시 돌아온다.

어린이회관은 150만원을 들여 '황금이'를 박제(剝製)로 만들고 있으며, 다음달 완성해 꿈누리관 1층 입구에 전시할 예정이다.

pen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