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떠난 생곡, 아이들 뛰노는 에코델타…부산 소각장 논란의 현장

162세대 중 133세대 떠난 생곡마을
2.6㎞ 밖 에코델타 주민 건강 우려

생곡 광역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건립 예정지.(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이주현 기자 = 부산시가 장기간 표류해 온 생곡 광역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건립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 강서구 주민과 지역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반대 집회와 사업 설명회 불참 등을 통해 사업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야 정치권에서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각장 예정지인 생곡마을과 반발이 거센 에코델타시티, 대체부지로 거론되는 장항·율리마을까지 소각장 논란의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주민 떠난 생곡마을…소각장 예정지 주변은 '적막'
대다수 주민이 떠난 생곡마을. 2026.9.26 ⓒ 뉴스1 이주현 기자

26일 오후 찾은 생곡마을은 적막할 정도로 한산했다. 소각시설 예정지는 강서구 생곡길26번길 9-3 일원 5만 9434㎡ 부지로, 인근에는 생곡 쓰레기매립장과 자원재활용센터 등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하루 500톤 규모의 광역소각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 추진에 따라 생곡마을 주민들의 이주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주 대상 162세대 가운데 133세대가 이미 마을을 떠났다. 토지보상비 등을 포함한 전체 이주사업비 1404억 원 가운데 910억 원이 집행된 상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곳곳에 자리한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간간이 사람 사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적도 드물었다. 주민들이 떠난 집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주변에는 기존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리해 일반적인 주거지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2.6㎞ 밖 에코델타시티…"아이들 건강 걱정"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2026.9.26 ⓒ 뉴스1 이주현 기자

생곡 소각장 건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는 에코델타시티다. 강동동과 명지1동, 대저2동 일대에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에는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생곡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까지 거리는 약 2.6㎞다.

생곡마을에 이어 찾은 에코델타시티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아파트 주변에서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산책하거나 거리를 오가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024년 기준 강서구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다.

주민들이 소각장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같은 지역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계속 들어서고 어린 자녀를 둔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인근에 광역소각시설이 건립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부산 전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 부담이 강서구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코델타시티에서 만난 주민 김모(44) 씨는 "엄마로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주변을 보면 학교도 많고 아이들도 많다"며 "부산시가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한다고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대규모 주거단지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업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체부지 거론 장항·율리…신항 소음 속 살아가는 주민들
율리마을에서 바라본 부산신항 모습.2026.9.26 ⓒ 뉴스1 이주현 기자

에코델타시티를 뒤로하고 남쪽으로 향해 가덕도 장항·율리마을도 찾았다. 생곡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대체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이다.

강서구 성북동에 위치한 두 마을은 부산항 신항과 맞닿아 있다. 마을에 들어서자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과 신항 시설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추석 연휴였지만 항만에서 발생하는 작업 소음은 마을까지 이어졌다.

두 마을을 대체부지로 제안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장항·율리마을 38가구를 대상으로 소각장 건립에 따른 이주 의향을 확인한 결과 35가구가 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곳 주민들은 신항과 인접해 생활하면서 선박 운항과 대형 크레인의 컨테이너 하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지속적인 생활 불편을 겪어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소각시설 건립을 전제로 한 이주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떠난 생곡·커진 에코델타·대안 장항율리…해법은 어디에

현장에서 마주한 세 지역의 풍경은 뚜렷하게 달랐다. 주민 대부분이 떠난 생곡마을에는 적막함이 감돌았고, 불과 수㎞ 떨어진 에코델타시티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의 일상이 이어졌다. 대체부지로 거론되는 장항·율리마을에서는 신항의 항만 작업 소음이 계속됐다.

생곡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에는 이미 진행된 이주와 보상,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주거단지, 대체부지 주민들의 이주 의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부산시는 이미 9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만큼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강서구 주민과 정치권은 주변 여건이 달라진 만큼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장항·율리마을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까지 등장하면서 소각장 입지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wee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