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한 저신용자에 '휴대폰 깡'…9억 챙긴 일당 등 136명 송치

신규·보상 단말기 472대 편취…명의자에 건당 20만~100만원 지급
허위 분실 신고 방법까지 알려줘…범죄수익 2500만원 추징 보전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에게 이른바 '휴대폰 깡'을 권유해 고가의 휴대 전화를 개통하게 하고 허위 분실신고로 보상 단말기까지 챙긴 일당의 범행에 사용된 휴대 전화 기기 매매 계약서와 단말기 등.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에게 이른바 '휴대폰 깡'을 권유해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허위 분실 신고로 보험 보상 단말기까지 챙긴 일당 등 13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최근 사기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 사금융업 운영자 A 씨(30대·남)를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휴대전화 개통 명의자 135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규 단말기 236대와 허위 분실 신고로 받은 보상 단말기 236대 등 모두 472대, 약 9억 원 상당을 통신사와 보험사로부터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대출 플랫폼에 '당일 즉시 대출', '저신용자 가능' 등의 광고를 올려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주부와 대학생, 무직자 등을 모집했다.

대출 희망자가 연락하면 일반 대출이 어렵다고 안내한 뒤 휴대 전화를 이용하면 즉시 현금을 받을 수 있다며 '휴대폰 내구제'를 권유했다. 내구제는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대출 희망자가 이를 수락하면 이른바 '기사'로 불리는 개통 조력자가 직접 만나 대리점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고가의 휴대 전화를 개통하고 분실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뒤 단말기를 넘겨받고 명의자에게 60만~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추가로 돈을 받을 수 있다며 허위 분실신고를 시켰다. 분실 장소와 시간, 통화·데이터 사용 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절차를 알려준 뒤 보험사에서 보상 단말기가 지급되면 이를 다시 넘겨받았다. 명의자에게는 20만~30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명의자 1명이 휴대전화 2~3대를 한꺼번에 개통한 사례도 확인됐다. 통상 20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 1대를 개통하면 약 1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금이 급한 저신용자들을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수법으로 통신사에서 4억 5000만 원 상당의 신규 단말기 236대, 보험사에서 같은 금액 상당의 보상 단말기 236대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대구 중구의 한 상가에 사무실을 차리고 명의자 모집과 상담, 개통 조력자 배정, 허위 분실신고 방법 안내, 보험 청구와 단말기 처분 등 범행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은 보험사가 보상 단말기 여러 대가 명의자의 등록 주소가 아닌 대구의 특정 주소로 반복 배송되는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통신·계좌 거래 명세 등을 분석하고 휴대 전화 23대와 PC 10대, 상담 매뉴얼 등을 압수했다.

A 씨 등이 확보한 단말기는 해외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통 경로와 분실 처리된 단말기가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에 이용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범죄수익금 2500만 원 상당을 추징 보전하고 대부업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통신사와 보험사에는 휴대 전화 개통 관리와 분실 보험 본인 인증 절차 등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폰테크나 휴대폰 깡은 명의자의 빚을 키우고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통 단말기가 대포폰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는 만큼 가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