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실종 스텔라데이지호' 2심, 선사 과실 더 인정…형량 감형 왜?
'격창 적재-침몰' 인과관계 인정…유죄 3명 모두 감형
실종자 가족 오열…"잘못 더 인정하고 어떻게 형을 깎나"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와 관련해 항소심 법원이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선사의 과실과 침몰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추가로 인정했다. 그러나 유죄가 인정된 선사 대표 등 임직원 3명의 형량은 모두 1심보다 줄었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재판장)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대표 A 씨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해사 본부장 B 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공무 감독 C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나머지 임직원 4명에 대한 검찰의 항소는 기각해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스텔라데이지호의 '격창 양하·격창 적재' 방식 운항과 침몰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에서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될 당시 모든 화물창에 화물을 균일하게 싣는 조건으로 한국선급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선사 측은 4개 항차에 걸쳐 승인받은 내용과 달리 일부 화물창을 비우는 방식으로 운항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운항이 선체에 과도한 응력을 가해 구조적 손상이나 취약성을 유발했고 침몰 사고 발생 또는 침몰 가속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에 A 씨와 B 씨에게 격창 적재와 관련한 업무상 과실을 추가로 인정했다.
보이드 스페이스의 빌지웰 전용과 지속적인 선체 부식, 횡격벽 변형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선체 결함과 침몰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1심 판단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장과 선원 22명 중 1심에서 19명, 항소심에서 추가로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합의하지 못한 나머지 1명의 유족을 위해 7억 원이 넘는 돈을 공탁하고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점도 고려했다.
A 씨와 B 씨의 경우 앞서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11일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개월, B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재판부는 이 사건과 당시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했다.
1심은 A 씨에게 금고 3년, B 씨에게 금고 2년, C 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A 씨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 되지 않았다.
선고 직후 실종자 가족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대책위원회는 1심보다 선사의 과실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형량을 낮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대책위원회 부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격창 양하와 격창 적재, 업무상 과실과 인과관계를 다 인정하고도 어떻게 형량을 더 깎아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부대표는 검찰에 즉각 상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책위 법률지원단 서성민 변호사는 항소심의 감형에는 유족들과의 추가 합의와 앞서 확정된 선박안전법 위반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서 변호사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과 양형은 별개의 문제여서 항소심에서 과실이 추가로 인정되더라도 형이 낮아지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른 가족들과 합의한 사정과 선박안전법 위반죄가 먼저 확정된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승선원 24명 중 22명(한국인 8명·필리핀인 14명)이 실종됐으며, 이번 항소심 선고는 사고 발생 약 9년 5개월 만에 나왔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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