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시민사회 "지금이 권위주의 시대냐…항만공사 통합 반대"
17일 부산시의원·6개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정부가 국내 4대 항만공사(부산, 울산, 인천, 여수광양)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부산시의회와 지역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냈다.
17일 부산시의회 의원들과 해양수도발전협의회 등 부산 지역 6개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4대 항만공사 통합은 항만별 기능과 산업구조, 배후경제권, 국제경쟁 환경 등을 외면한 중앙집권적 발상"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부산항은 세계적인 환적항만이자 수출입 물류의 핵심 관문, 울산항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및 복합물류,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 등 항만별로 고유한 기능을 가진다"며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고 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항만공사의 통합 강행은 의사결정의 지연, 투자 우선순위의 충돌, 책임경영의 약화, 지역 맞춤형 항만정책의 후퇴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통합으로 훼손될 경우 신항 개발, 북항재개발, 글로벌 선사 및 물류기업 유치, 북극항로 개척, 해양산업 집적 등 부산항의 핵심과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의원들과 단체는 "정부는 통합으로 기대하는 효과와 비용, 항만별 투자와 지역경제 및 국가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해양항만 현장 및 지역과 충분한 협의는 물론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견 수렴과 논의도 없이 결론부터 정해 추진하는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획일적 통치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도 별도의 발언을 통해 "정부가 말하는 지역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사정을 잘 아는 지역이 권한을 갖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주면 된다"며 "20년간 중앙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전문성을 키워 온 각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지역주도 성장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상조 부의장도 "앞서 4대 항만공사의 일방적 통합을 중단하고 분권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시의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항만공사 통합은 공공기관 4곳을 단순히 합치는 조직개편의 문제가 아닌 부산항의 미래가 걸린 일인 만큼 정부는 통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를 내놓고 항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법, 항만 수익 재투자 방안, 지역 목소리를 반영하는 의사결정 구조 등에 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이 보류된 점을 거론하며 항만별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공항공사는 통합하지 않고 왜 항만공사만 통합을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외국 주요항만은 항만공사가 모두 지방공사로서 시의회가 다 감독 감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재율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부산항만공사가 처음 설립될 당시 부산시 산하의 '자치공사'로 추진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여건이 성숙지 않아 이 같은 방안은 장기 과제로 미뤄진 바 있다"며 "공사 설립 후 22년여가 지나 부산항이 세계적인 항만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상황에서는 원래 설계했던 대로 자치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전국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따라서 기자회견에는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 송상조 부의장을 비롯해, 김재운 운영위원장, 박종철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각 위원회 위원장 등 시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당초 한갑용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참석해 기자회견문을 공동으로 낭독하기로 하는 등 여당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율 공동대표는 "시의회와 지역 시민사회가 한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red-yun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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