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안 모셔도 정은 나눠야죠"…추석 앞두고 활기 넘친 구포시장
달라진 명절 문화에도 가족 먹거리 챙기려는 발길 이어져
부산 북구청, 9월 4일 '구포데이(9·4day)로 활력 더해
- 임순택 기자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자, 싱싱한 조기 몰고 가이소! 제수용으로 딱 맞게 다듬어 드립니데이!"
추석 명절을 앞둔 1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유서 깊은 오일장답게, 명절 대목을 맞은 장터는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고소하게 기름을 두른 전 냄새와 갓 쪄낸 떡의 단내가 장터 골목을 가득 채웠고, 양손 가득 검은 비닐봉지를 든 어르신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까지 저마다 명절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장터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린 데에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한몫했다. 부산 북구청은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4일,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제1회 구포데이'(9·4day) 행사를 열고 명절 분위기를 돋웠다.
침체한 지역 상권을 살리고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당시 행사에는 구청 직원들과 많은 구민이 동참해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며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이 같은 지자체의 활성화 노력 등으로 시장은 제수용품을 찾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달라진 명절 풍속도 역시 감지됐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례상을 준비하기보다는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끼리 가볍게 먹을 음식만 장만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생선가게 앞에서 만난 주부 정 모 씨(31)는 "이번 연휴에는 남편이랑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명절에 여행을 가는 집이 꽤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차례 문화가 간소화되면서, 명절을 '의무'가 아닌 '휴식'으로 즐기려는 인식이 장터의 대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명절의 정(情)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차례의 부담은 내려놓았지만,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과 친척들을 먹일 음식을 장만하는 손길은 여전히 분주했다.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주부 김 모 씨(76)는 장바구니에 큼지막한 사과와 배를 담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제사를 지내진 않지만, 추석을 맞아 가족들이 모이고 친척들도 방문하기에 밥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일 생각"이라며 "자녀들이 좋아하는 튀김과 떡, 과일 그리고 구워 먹을 생선은 넉넉하게 준비해 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튀김과 전을 부쳐내는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상인 이 모 씨(65)는 쉴 새 없이 전을 뒤집으며 "예전처럼 격식을 차린 제수용품보다는 식구들끼리 오순도순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모둠전이나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같은 실속 있는 반찬거리가 훨씬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방식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비행기에 오르고 누군가는 간소한 밥상을 차리지만, '구포데이'의 열기 속에 양손 무겁게 장을 보는 구포시장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예년과 다름없이 넉넉하게 담겨 있었다.
limst6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