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산사태가 아니면 뭐냐"…'3명 사상' 거제 아파트 주민들 '폭발'

산사태 여부 따라 복구 지원·비용 부담 달라져
사고 지점 임야 아닌 아파트 대지…소유주가 복구 책임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쏟아져 차량이 매몰돼 있다. 2026.8.17 ⓒ 뉴스1 윤일지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광복절 연휴 내린 폭우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 토사 매몰 사고와 관련해 '산사태'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사태 인정 여부에 따라 향후 복구 지원과 비용 부담 주체가 달라질 수 있어 사고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산림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폭우에 흘러내린 토사가 1층을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거제시는 광복절 연휴인 지난 15~17일 사흘간 9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내렸다.

당초 사고 원인은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추정됐다. 그러나 산림청 조사 과정에서 사고 발생 지점이 자연 상태의 임야가 아닌 아파트 소유의 대지로 확인됐다.

임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복구를 지원할 수 있지만, 사유지 내 인공적으로 깎은 비탈면(법면)에서 발생한 사고는 원칙적으로 소유주가 복구 책임을 진다.

현재 지자체가 응급 복구를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피해 보상과 아파트 외벽 수리, 옹벽 설치 등 본격적인 복구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주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아파트 주민은 "이게 산사태지 뭐가 산사태냐. 사고가 났는데 아파트 내부 문제라고 지원을 하니 못하니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안 그래도 주민들은 사고로 힘든데 복구 비용을 부담하란 건 다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주민 또한 "전문가도 예측 못 한 기록적인 폭우라는데 어떻게 일개 아파트에서 예방하겠나"라면서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지원 없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도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관계 기관의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르면 16층 이상의 아파트는 지자체 안전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만, 사고가 난 아파트는 15층으로 해당 기준에서 제외된다.

다만 아파트 옹벽은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높거나 재난 예방을 위해 관리할 필요가 있는 '2종 시설물'로 분류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 주체를 맡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아파트 옹벽의 안전등급은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기능 발휘에는 지장이 없는 'B등급'이다.

올해 하반기 정기안전점검에서도 옹벽에 중대한 결함 등은 발견되지 않았고 지반과 기초부도 대체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산림조합중앙회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및 경남지역 9개 산림조합과 함께 집중호우로 발생한 산사태 및 산림 분야 피해 지역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 우려가 있는 공동주택 12곳을 대상으로 산사태 추가 발생 여부와 위험 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긴급 진단을 진행 중이다.

사고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