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서 강제 전원 피해자,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

배상액 3억 8500만 원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상윤 부장판사)는 20일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 등 피해자 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1인당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7500만 원으로 총 3억 8500만 원이다.

원고들은 과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가 서울시립 갱생원과 서울시립 아동보호소, 대구시립 희망원 등 다른 시설로 전원돼 다시 수용 생활을 한 피해자들이다.

원고 7명 중 5명은 서울시립 갱생원, 1명은 대구시립 희망원, 1명은 서울시립 아동보호소에 각각 수용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024년부터 이들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뒤에도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시설에 수용돼 폭행과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립 갱생원은 성인 대상 시설이었지만 미성년자도 수용했다. 수용자들은 시설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구속복을 입은 채 감금됐고, 각종 노역에도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 측은 일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증거를 검토한 결과 폭행 등 피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은 유사 사건의 배상 수준과 원고별 피해 정도, 시설 입소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정했다.

원고들은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점은 환영하면서도 형제복지원 피해에 대한 기존 배상 수준보다 배상액이 낮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대한민국의 잘못을 인정해 준 것 자체는 감사하지만 이 시설들 역시 형제복지원과 마찬가지로 내무부 훈령에 따라 운영됐고 피해도 다르지 않았다"며 "형제복지원보다 피해를 가볍게 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의 수용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실제 수용 기간보다 짧게 인정된 피해자들도 있다"며 "판결문을 확인한 뒤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랑인 선도를 명분으로 시민들을 불법 수용해 강제노역과 폭행 등 인권침해가 자행된 시설이다.

진화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한 이후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