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지나간 거제 양식장엔 빈 수조만…어민들 '망연자실'
새우 양식장 침수, 200만 마리 상당수 유실
정전된 광어 양식장선 6만 마리 폐사, 악취 진동
- 박민석 기자
(거제=뉴스1) 박민석 기자 = "새우 200만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양식장이 통째로 잠기면서 유실됐습니다."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한 새우 양식장.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희준 씨(51)는 텅 빈 수조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우가 가득하던 수조에는 탁한 물만 남아 있었다. 양식장 통로에는 각종 장비, 호스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천장 차광막도 곳곳이 뜯겨 있었다.
지난 17일 거제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었다. 김 씨는 올해 양식장에서 새우 200만 마리를 수조별로 나눠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집중호우 당시 불어난 물이 수조 높이를 넘어 양식장 안으로 들이닥치면서 새우 상당수가 물과 함께 밖으로 휩쓸려 나갔다. 일부 새우는 양식장 곳곳에 있는 배수구 등에서 익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살아남은 새우도 상품으로 내놓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출하 시기에 맞춰 수조마다 크기가 다른 새우를 나눠 키웠지만 침수 당시 수조의 물이 넘치면서 서로 뒤섞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수조별로 새우 크기가 달랐는데 지금은 전부 뒤섞여 상품 가치가 없어졌다"며 "남아 있는 새우도 사실상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남은 새우라도 살리려면 깨끗한 해수를 공급해야 하는데 펌프와 전기 시설이 모두 망가졌다"며 "이대로라면 남아 있는 새우들도 사실상 폐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는 아직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망가진 장비값만 10억 원이 넘는데 새우 피해까지 얼마가 될지는 계산해 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을 중단한 채 혼자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찾은 거제시 거제면의 한 광어 양식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양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폐사한 광어에서 나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광어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수조 곳곳은 텅 비어 있었고 물만 흐르는 빈 수조가 줄지어 있었다. 한쪽 냉동고에는 폐사한 광어를 담은 포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양식장은 지난 17일 폭우 당시 뒤편 전신주가 토사에 밀려 넘어지면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정전으로 수조에 물과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가 멈추면서 양식 중이던 광어 13만 마리 가운데 6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주세 씨(69)는 "전신주가 토사에 떠밀려 정전이 되자 급하게 비상 발전기를 돌렸는데 그마저도 고장이 나버렸다"며 "전력이 제대로 들어오기까지 이틀이 걸렸는데 그사이에 광어들이 죽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 씨와 직원들은 이틀 동안 하루 2시간가량만 잠을 자며 수조에서 죽은 광어를 건져냈다.
박 씨는 텅 빈 수조를 가리키며 "원래 광어로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빈 수조가 많다"며 "폐사한 광어를 냉동고로 옮겨놨지만, 악취가 너무 심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다. 폐사한 광어 대부분은 올해 연말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박 씨는 "한 해 동안 키워 연말이면 출하해야 하는 광어인데 절반 가까이 폐사했다"며 "지금 새 고기를 들여와도 출하하려면 다시 1년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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