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은 얼마나 애타겠나"…폭염 속 통영 달동네선 '복구전쟁'

20일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에서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박민석 기자
20일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에서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박민석 기자

(통영=뉴스1) 박민석 기자 = "햇볕이 강해 아주 고되죠. 그래도 피해를 본 주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20일 오전 경남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

복구 현장에서 만난 강중지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58)은 연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찾은 주택은 뒤편 비탈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집 외벽을 따라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집과 비탈 사이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공간까지 흙이 깊숙이 들어찼다.

복구 현장은 언덕 비탈을 따라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달동네'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 탓에 굴삭기 등 중장비가 피해 주택까지 들어갈 수 없어 복구 작업은 오롯이 사람의 힘에 의존해야 했다.

이날 복구 지원에 나선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 21명은 삽으로 토사를 퍼내고 마대에 담아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일부 대원은 집과 비탈 사이 좁은 틈에 몸을 집어넣은 채 흙을 걷어냈다.

20일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에서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박민석 기자

현재 통영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도천동의 기온은 31도까지 올라 현장에 들어선 지 수 분 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삽질을 이어가는 대원들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작업복과 장화도 금세 땀과 흙으로 얼룩졌다.

강 회장은 "장비를 쓰면 별것 아닌 작업인데 인력으로 해야 하니 벅찬 게 사실"이라며 "물도 자주 마시고 있지만 햇볕이 워낙 강해 숨쉬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본 주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느냐"며 "최선을 다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순 남해 삼동면 여성의용소방대장(59)은 "뉴스에서 접했을 때보다 직접 와서 보니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며 "남해에도 비가 많이 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날이 많이 더워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며 "하루빨리 복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지영 남해소방서 소방위는 "처음 지원을 왔을 때는 오전 안으로 작업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게 토사가 유입돼 어려움이 있다"며 "날이 무더운 만큼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하면서 온열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에서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박민석 기자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를 돕는 주택에 사는 안숙연 씨(74·여)는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마을 노인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안 씨는 폭우 당시 다행히 집을 비운 상태였다. 안 씨는 "일이 있어 집을 비웠는데 집 뒤편으로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말을 들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엉망이 돼 있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토사를 치울 때까지는 집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해 노인정에서 지내고 있다"며 "밤에 잠도 안 오고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뙤약볕 아래 복구 작업을 이어가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오늘 이렇게 도우러 와주니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통영에는 광복절 연휴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누적 강수량 776.8㎜를 기록했다.

특히 한때 시간당 97.4㎜의 비가 쏟아지며 기상 관측 이래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를 1시간 최다 강수량을 기준으로 통영에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강우 강도로 분석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