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은 얼마나 애타겠나"…폭염 속 통영 달동네선 '복구전쟁'
- 박민석 기자

(통영=뉴스1) 박민석 기자 = "햇볕이 강해 아주 고되죠. 그래도 피해를 본 주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20일 오전 경남 통영시 도천동 도릿골의 한 주택.
복구 현장에서 만난 강중지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58)은 연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찾은 주택은 뒤편 비탈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집 외벽을 따라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집과 비탈 사이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공간까지 흙이 깊숙이 들어찼다.
복구 현장은 언덕 비탈을 따라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달동네'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 탓에 굴삭기 등 중장비가 피해 주택까지 들어갈 수 없어 복구 작업은 오롯이 사람의 힘에 의존해야 했다.
이날 복구 지원에 나선 남해소방서 의용소방대원 21명은 삽으로 토사를 퍼내고 마대에 담아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일부 대원은 집과 비탈 사이 좁은 틈에 몸을 집어넣은 채 흙을 걷어냈다.
현재 통영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도천동의 기온은 31도까지 올라 현장에 들어선 지 수 분 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삽질을 이어가는 대원들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작업복과 장화도 금세 땀과 흙으로 얼룩졌다.
강 회장은 "장비를 쓰면 별것 아닌 작업인데 인력으로 해야 하니 벅찬 게 사실"이라며 "물도 자주 마시고 있지만 햇볕이 워낙 강해 숨쉬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본 주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느냐"며 "최선을 다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순 남해 삼동면 여성의용소방대장(59)은 "뉴스에서 접했을 때보다 직접 와서 보니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며 "남해에도 비가 많이 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날이 많이 더워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며 "하루빨리 복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지영 남해소방서 소방위는 "처음 지원을 왔을 때는 오전 안으로 작업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게 토사가 유입돼 어려움이 있다"며 "날이 무더운 만큼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하면서 온열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원들이 복구를 돕는 주택에 사는 안숙연 씨(74·여)는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마을 노인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안 씨는 폭우 당시 다행히 집을 비운 상태였다. 안 씨는 "일이 있어 집을 비웠는데 집 뒤편으로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말을 들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엉망이 돼 있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토사를 치울 때까지는 집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해 노인정에서 지내고 있다"며 "밤에 잠도 안 오고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뙤약볕 아래 복구 작업을 이어가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오늘 이렇게 도우러 와주니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통영에는 광복절 연휴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누적 강수량 776.8㎜를 기록했다.
특히 한때 시간당 97.4㎜의 비가 쏟아지며 기상 관측 이래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를 1시간 최다 강수량을 기준으로 통영에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강우 강도로 분석했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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