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었어도 아직이겠나"…거제시민 애태우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정부 지원 기다리며 "장사 언제 재개할지도 몰라"
응급복구 진행 중이지만 주택·하천 등 손도 못 대
- 박서현 기자
(거제=뉴스1) 박서현 기자
"특별재난지역 선포 결과는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 겁니까. 수도권에서 이런 피해가 났어도 이렇게 늦었을까요."
기록적인 폭우가 도시 곳곳을 물에 잠기게 하고 산사태와 도로 붕괴까지 남긴 지 사흘째인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물은 빠졌지만 도시는 아직 폭우 이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상인들은 망가진 가게와 도로를 직접 치우며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신속한 복구 지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토사와 유리 파편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보도블록은 들뜨거나 무너져 있었다. 가게마다 물에 젖은 집기와 폐기물이 쌓여 이번 폭우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옥포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40분쯤 가게를 확인하러 나왔다가 도로와 가게가 모두 물에 잠긴 모습을 발견했다.
A 씨는 "가게 안에 물이 15㎝ 정도 차올랐고 하루 정도 지나서야 빠졌다"며 "물이 빠지고 보니 가게 앞 보도는 사람이 제대로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도 침수되고 도로까지 이 상태라 언제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도로 정비가 언제 이뤄지는지 안내받은 것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상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쓰레받기로 가게 안에 남은 물을 퍼내고 깨진 유리창 파편을 치웠다. 도로에 물을 뿌려 쌓인 흙과 오물을 걷어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복구 인력의 손길을 기다리기보다 당장 자신의 삶터부터 살려보려는 모습이었다.
인근 사진관은 전면 유리벽이 모두 파손돼 내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종욱 씨(73)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게 안팎을 치우고 있었다.
이 씨는 "하룻밤 사이 가게 안에 물이 110㎝가량 차올랐다"며 "전기도 끊기고 가게 외부 유리벽도 모두 파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밀려 들어오면서 배수구와 하수구가 막히고 도로까지 엉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도시 곳곳이 침수되고 산사태와 도로 파손까지 이어진 기록적 피해에도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이뤄지지 않자 현장에서는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이 씨의 청소를 돕던 지인 B 씨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결과가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수도권에서 이런 피해가 났어도 선포가 이렇게 늦었을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손된 보도를 지나는 주민들도 발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덕포동 주민 장 모 씨(50대·여)는 "약속이 있어 옥포동에 왔는데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도로 곳곳에 유리 파편이 있고 보도도 무너져 있어 이곳을 오가는 주민과 상인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거제에서는 전날부터 본격적인 수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는 전날 거제와 통영에 인력 656명과 장비 188대를 투입한 데 이어 이날 공무원과 군,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 972명과 장비 204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워낙 광범위해 복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거제와 통영의 응급복구율은 도로 87%, 상하수도 72%, 산사태 80%, 국가유산 40%, 체육시설 20% 수준이다. 정전 복구는 완료됐지만 하천과 주택, 가스 피해 시설은 아직 복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곳도 있다.
이처럼 산사태와 침수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도시 기능 곳곳이 마비됐지만 19일 오후까지 거제와 통영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남도는 전날 정부에 거제와 통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지정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피해 시설 응급복구를 위한 특별교부세 30억 원의 추가 지원도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시설 복구에 국비가 추가 투입되고 피해 주민에게는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와 공공요금 감면 등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폭우가 휩쓸고 간 지 사흘째. 물은 빠졌지만 옥포동 곳곳에는 여전히 수마가 남긴 상처가 선명했다.
망가진 삶의 터전을 직접 쓸고 닦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복구의 손길만이 아니다.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신속한 지원과 결정이다. 상인들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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