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토사에 묻혀 있어"…거제 산사태로 매몰됐다 구조된 부부
"아내와 안방에서 잤는데 베란다까지 밀려 나와"
"살라 달라" 소리에 달려간 이웃들, 삽·호미로 흙 파내
- 한송학 기자
(거제=뉴스1) 한송학 기자
"눈 떠보니 토사에 묻혀 머리만 나와 있었어요."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 피해자 천 모 씨(52)가 18일 아파트 사고 현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천 씨는 지난 17일 새벽 4시 25분께 산사태 피해를 입은 아파트 1층 거주자로 당시 아내와 함께 토사에 매몰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천 씨는 산사태 발생 당시 아내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자던 중 눈을 떠보니 아내와 함께 토사에 매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 씨는 "뭐라고 상황을 말할 수 없는 게 눈을 떠보니 토사에 묻혀 머리만 나와 있었다"며 "안방에서 베란다 바깥으로 밀려와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이웃들이 저와 아내를 발견해 흙을 파내고 구조했다.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천 씨는 왼쪽 팔에 깁스하고 있었고 몸에는 긁히고 찍힌 흔적들이 남아 있었지만 크게 다친 건 아니라며 입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천 씨 아내는 다리에 골절 등 부상을 당했다.
이날 천 씨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 주차해 둔 차를 가지러 왔다며 자신을 구해준 이웃들을 만나 산사태 당시의 구조 상황도 전해 들었다.
천 씨를 구조한 이웃들은 이 아파트 2층에 사는 박종기 씨(78) 등 5명이다.
박 씨도 산사태 발생 당시 집으로 토사가 들이치면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웃들과 함께 토사에 묻힌 천 씨와 그의 아내를 구조했다.
박 씨는 "이날 오전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고 잠시 눈을 붙이려 안방에 들어갔다가 오전 4시 20분쯤 천둥소리에 눈을 떴다"며 "안방 빼고는 다 토사가 들어찼다. 얼마나 놀랐는지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밖으로 나오니 칠흑같이 어두웠고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흙에 묻혀있는 천 씨와 아내를 발견하고 이웃들과 삽하고 호미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흙을 파헤쳐 구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씨는 이번 산사태로 사망한 A 씨(20대)는 구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 씨는 "A 씨의 다리만 보였는데 체온이 있어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119가 도착해 A 씨를 구조했는데 결국 숨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산사태의 피해자이기도 한 박 씨는 이 지역 주민자치위원장으로 현재 아파트의 상황을 살피며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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