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타들어 가는 거제 들녘…물 확보 놓고 농민들 신경전

7월 강수량 6.9㎜ 불과…농민들 "올해는 물 구경도 못해"
농업용수 관리하는 관수마저 업무 중단…농민 시름 깊어

12일 경남 거제시 거제면의 한 논에서 소방대원이 물을 대고 있다.2026.08.12/뉴스1 강미영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지."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거제면의 한 논.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양 씨(70대)는 바짝 말라 누렇게 변한 벼 잎을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는 또 다른 농민이 농수로 바닥에 고인 물이라도 흘려보내려는 듯 말라붙은 수로를 헤집으며 쌓인 흙더미를 치우고 있었다.

벼 이삭이 여물어가는 8월은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지난 7월 거제의 누적 강수량은 고작 6.9㎜.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6.3㎜에 비하면 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비가 뚝 끊기면서 농민들은 당장 물을 대지 못해 가뭄 피해가 커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 농사일에 매진해 온 양 씨에게도 거제의 논이 이렇게 메마른 모습은 낯설다.

그는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양수기로 물을 퍼 올려서 댈 텐데 그마저도 안 되니 하늘만 바라본다"면서 "거제는 가뭄으로 골치 아픈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물 구경도 못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누렇게 마른 벼 잎과 갈라진 논 바닥.2026.08.12/뉴스1 강미영기자

잠시 후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지원에 나선 경북소방 급수차 4대가 줄지어 논두렁에 몀춰 섰다.

소방호스가 펼쳐지고 쩍쩍 갈라진 논바닥 위로 반갑기 그지없는 물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논으로 물이 스며들었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소방차를 바라보던 한 농민은 "저쪽 논이 더 심각한데 언제 물을 붓냐"며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물을 둘러싼 농민들 간 신경전도 나타나고 있다.

인근 저수지에 내려오는 물을 두고 농민들이 임의로 농수로 수문을 조절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용수 공급을 관리·운영하는 수리시설감시원(관수)이 업무를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 농민은 "관수가 있었을 땐 그나마 물이라도 댔는데 물 관리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저수지 아래쪽 사람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거제시가 나섰다.

시는 농작물 가뭄 대응을 위해 '농작물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면동별 긴급 수요조사를 실시해 추가 관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긴급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농지 인근 하천 및 계곡을 굴착해 임시 수원을 확보하고 있다.

말라서 시들어진 벼.2026.08.12/뉴스1 강미영기자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