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러 온 게 아입니더, 벼 살리러 왔지예"…양산 농심 적신 소방차
국가소방동원령 따라 부산·대구 차량 양산 집결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밭 적시는 소방호스…농민들 "생명의 은인"
- 임순택 기자
(양산=뉴스1) 임순택 기자 = 언제나 불길을 향하던 소방호스가 12일 경남 양산의 갈라진 논바닥을 향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을 받고 부산과 대구에서 달려온 소방차 18대가 메마른 농경지에 물을 쏟아냈다. 이삭을 내고 쌀알을 채워야 할 벼 사이로 물길이 번지자 농민들의 굳은 표정도 잠시 풀렸다.
이날 오전 양산지역 논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두 달 가까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벼는 잎이 누렇게 말라가는 등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잠시 뒤 '부산소방'과 '대구소방' 표지가 선명한 붉은 소방차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농로로 들어섰다. 소방대원들이 굵은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뿜어내자 메마른 흙빛이 짙어졌다. 갈라진 틈으로 스며든 물은 고랑을 따라 벼 뿌리 쪽으로 번졌다.
한 차례 급수로 장기화한 가뭄을 끝낼 수는 없다. 그러나 농민들에게 지금은 벼가 이삭을 내고 쌀알을 채우는 중요한 시기다. 당장 벼가 버틸 수 있는 물이라도 절실한 상황에서 시·도 경계를 넘어 도착한 소방차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논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농민은 "두 달 가까이 비다운 비도 내리지 않아 논이 더 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며 "벼가 이삭을 내고 쌀알을 채우는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먼 길을 달려와 물을 대준 부산·대구 소방관들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지원은 지난 11일 경남지역 가뭄 대응을 위해 발령된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이뤄졌다.
6톤급 소방차 18대는 이날 오전 9시 양산종합운동장에 집결해 급수 대상지를 확인한 뒤 하북·상북·원동면의 피해 농가로 나뉘어 투입됐다. 차량은 13일 오후 6시까지 농경지를 오가며 릴레이 급수를 이어간다.
양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예상보다 가뭄 상황이 훨씬 심각해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총력을 다해 지원에 나선 만큼, 이번 급수 활동이 타들어 가는 농심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충분한 단비가 내려 가뭄이 완벽히 해소되고, 주민들이 시름을 덜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양산시 관계자는 "폭염과 가뭄 장기화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타 시·도의 긴급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imst6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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