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달라' 애원한 80대 여성 만취 살해한 50대…2심서 심신미약 감형

1심 징역 16년→2심 징역 12년
부산고법 "지나친 음주로 의사 결정하거나 변별 어려웠을 것"

부산고등·지방법원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일면식도 없던 80대 여성과 술을 마시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져 감형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재판장)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은 A 씨(50대·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2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주택에서 B 씨(80대·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 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폭행을 당하던 B 씨가 살려 달라고 애원했음에도 A 씨는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 0시 12분쯤 A 씨의 자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지만 서로 일면식은 없었으며, 우연히 함께 술을 마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재판에서 A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범행 당일 낮부터 만취 상태였고 B 씨와 술을 더 마시게 되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 씨의 호의로 집에 초대받아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피고인이 1억 원을 형사 공탁했지만, 유족은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A 씨 측이 주장한 심신미약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녹음된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내용, 사건 당일 피고인이 마셨던 술의 양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친 음주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물의 변별이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사건 범행이 설명되지 않기에 심신미약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지만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이 소멸됐다"며 "피해자 유족 측에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뉘우치고 있는 점,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 피해자 유족 측이 공탁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측에 1억 원을 공탁한 것을 일부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