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새끼줄로 묶어 피란"…흥남철수 후손이 전한 '그날의 기억'
거제 흥남철수기념관 기억나눔터 1호 참여자 김수정씨
- 강미영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경남 거제시는 흥남철수작전의 역사와 피란민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한 흥남철수기념관 '기억나눔터'의 첫 번째 참여자가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기억나눔터 1호 참여자는 흥남철수 피란민의 후손인 김수정 씨다.
김 씨는 부모로부터 전해 들은 피란의 기억과 거제에서 새롭게 시작된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 씨는 "아버지와 할머니는 함흥에서 내려왔는데, 추운 겨울 어린 자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새끼줄로 서로를 묶은 채 있었다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의 가족은 흥남항구에서 꼬박 사흘 동안 수송선을 기다렸다. 얼어붙을 듯한 매서운 추위에 동상에 걸리거나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끝까지 가족을 지켜 모두 무사히 배에 승선해 거제까지 피란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장승포에 도착한 가족들은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 장승포 주민들은 피난민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작은 공간이라도 머물 수 있게 내어줬다고 한다.
그 덕에 김 씨의 아버지는 거제에서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일곱 딸을 키우며 삶의 터전을 일궜다. 일곱 딸 중 한 명인 김 씨 역시 거제를 가족의 역사가 깃든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김 씨는 "아버지는 항상 흥남부두를 생각하며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시곤 했다"며 "춥고 배고픈 데다 고향을 떠나고 어디론가 피난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나. 그 생각을 하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거제는 우리 가족의 역사고, 그래서 떠날 수 없는 곳"이라며 "흥남철수작전 기념관을 통해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후손들도 그날을 기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씨의 사연은 다음 달 중으로 흥남철수기념공원 기억나눔터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거제시는 흥남철수작전을 직접 겪은 피란민을 비롯해 그 후손, 참전용사 후손 등을 대상으로 당시의 기억을 모집하고 있으며,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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