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에서 세계적 허브항만까지'…부산항 150년 한 눈에
국립해양박물관, 부산항 개항 150주년 기념전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부산항이 현재 세계 2위의 글로벌 환적항만으로 거듭난 150년의 역사를 조명한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해양박물관은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약 3개월간 부산항 개항 150주년 기념전시 '개항, 부산항 150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박물관은 1867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로 개항한 이후 부산항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북극항로 거점항만으로서 미래도 조망한다. 또한 AI를 활용한 참고영상도 상영돼 흥미를 돋운다.
프롤로그와 1부에서는 조선시대 통신사가 오가는 한-일 교역거점 '부산포'에서 글로벌 항만 '부산항'으로 거듭나는 과정의 첫걸음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서양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 정박한 영국 해군 선장 브로우튼이 작성한 '북태평양 탐사항해기'와 '초산항 해도'가 실물로 전시됐다. 초산항 해도의 '초산'은 조선을 일컫는다. 당시 브로우즈 선장이 관리에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조선이라 답변한 결과로 추정된다. 잘 알려지지 않던 당시 부산항의 위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외에도 △서양 신문에 실린 조선통신사의 행차모습 △우리나라 최초의 군함 '광제호' 모형 △동래부사의 이양선 조사보고서 등도 함께 전시됐다.
2부와 3부는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변화한 부산항을 그렸다. 이곳에서는 대륙침탈 및 수탈의 발판이었던 부산항의 성격과 부두노동자 및 상인의 삶과 저항의 공간으로서 부산항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강화도조약의 사본을 비롯해 각국과 맺은 조약문을 모아 펴낸 '외부 약장합편', 서해안 탐사를 통해 인천항 개항의 근거자료가 된 '탐진강만기', 일본 시모노세키에서부터 출발한 배가 부산을 거쳐 철도를 통해 중국 다롄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소개한 '부산 관광지도' 등은 수탈과 침략의 거점으로서 부산항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 노동운동사 최초의 대규모 총파업으로 남은 1921년 '부산항 총파업'에 대해 서술한 문헌자료나 부산출신 상인 박기종 선생의 '상경일기'는 저항의 공간이었던 부산항을 조명한다. 상경일기는 박기종 선생이 지금의 부산항과 사하구 하단을 잇는 민족철도 '부하철도회사'의 부설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기록이다.
아울러 연대기별로 부산항의 변화모습을 담은 해도를 볼 수 있는 상호작용 콘텐츠, 개항 이후 매축을 통해 변화한 부산항과 2000년대 이후 신항으로 확장된 공간적 변화를 볼 수 있는 미디어파사드 전시도 마련돼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이 외에도 1883년 조일통상장정 체결로 설치된 부산해관에서 처리된 관세 영수증 등도 관람객의 흥미를 끈다. 해당 문서는 초대 해관장을 영국인이 맡았던 만큼 영어도 함께 쓰여 있다.
4부와 에필로그는 한국전쟁 보급로 역할을 했던 부산항이 컨테이너 부두 건설을 거쳐 세계적 항만으로 성장한 과정을 다뤘다. 유엔군이 부산항을 통해 원조했다는 소식을 전한 '한국재건화보'와 1991년 처리물동량 1000만TEU 돌파를 기념하는 대리석 동판과 같은 유물은 이런 변화상을 상징한다. 부산항은 1978년 자성대부두에 첫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시를 기획한 백승주 박물관 전시기획팀 팀장은 "일제강점기, 한전쟁 등 시련을 겪은 이후 세계적 위상을 갖게 된 부산항의 모습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컨테이너 화물 1000만TEU 돌파 기념 동판이나 부산항 해도 콘텐츠 등은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는 "컨테이너 항만으로만 생각하는 부산항이 사실은 그 이전부터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전시였다"고 평했다.
red-yun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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