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아"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 오열…피고인들 "도의적 책임" 선처 호소

"실종 선원에 책임 전가" 반발…대책위 "엄벌해 달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등 5개 시민단체는 18일 오후 1시 30분 부산고법 앞에서 선사 대표 등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대책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나쁜 놈들아, 나쁜 놈들아."

18일 오후 부산고법 법정.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항소심 결심공판이 끝나고 피고인들이 퇴정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유가족의 울음 섞인 외침이 법정 안에 울려 퍼졌다.

유가족은 법정 밖으로 나간 뒤에도 복도 의자에 주저앉아 한동안 오열했다.

이날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재판장) 심리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측이 각각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해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유가족은 피고인 측 변론이 이어지는 동안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거나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훔쳤다. 특히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시작되자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실종 선원과 유가족들에게 사과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선처를 요청했다.

폴라리스쉬핑 선사 대표 A 씨는 "실종 선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참담한 사고가 발생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다시 역할을 할 기회를 달라"며 함께 재판받고 있는 임직원들에 대한 선처도 요청했다.

해사 본부장 B 씨 역시 "도의적 책임은 평생 지고 가겠다"면서도 "평생 해운업계에 종사해 온 점을 살펴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피고인들이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피해자 측 법정대리인 서성민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책임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소심에서는 일부 실종 선원들의 하선 조치와 당시 정황을 탓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9년간 재판을 받아온 점을 정상참작 사유로 주장하지만 유가족들 역시 9년 동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며 "1심 무죄 부분을 취소하고 법이 정한 가장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판을 마친 뒤 서 변호사는 뉴스1과 만나 "피고인 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종된 선장과 선원들의 탓을 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은 외면한 채 형식적인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대책위원회 대표도 "피고인들은 희생자 22명에 대해 도의적 책임만 지겠다고 하면서 법정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탈출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선원들이 탈출하지 못해 사고가 커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통해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승선원 24명 가운데 22명이 실종됐다.

이 사건 항소심 선고는 오는 8월 20일 부산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wiseh@news1.kr